[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큰 정책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약·바이오주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당선이 마냥 제약·바이오주에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으로 제약·바이오주는 미국에서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가 오바마케어 폐지 및 대체법안 입법을 추진하면서 그간의 약가 규제가 철폐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트럼프는 약가를 시장 경쟁에 맡기는 제약 산업 정책을 줄곧 주장해왔다. 이미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반대론자인 톰 프라이스 하원의원을 지명해놨다. 오바마케어는 그간 약가를 끌어내리는 ‘주범’으로 여겨졌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주에도 호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국내 제약·바이오주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주가의 경우 트럼프가 당선된 다음날인 지난달 10일 ‘반짝’ 12.15% 급등세를 보이면서 40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이후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가는 35만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달 10일 증시에 입성하면서 ‘트럼프 효과’를 곧바로 누렸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여러가지 특혜 의혹까지 휩싸이면서 공모가(13만6000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셀트리온도 비슷한 주가 흐름이다. 2일 장에서는 10만원대가 붕괴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주가 큰 수혜를 입을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국내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것이 주요 이유로 분석된다.

노경철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바이오주를 비롯해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크게 상승했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강달러 현상, 한미약품 임상중단 사태 등으로 제약·바이오주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며 “향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중소형주를 사들일 계획이어서 내년 초부터 반등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빠르면 이달부터 1조3000억원 규모를 국내증시에 투입할 예정이어서 대외변수에 민감한 제약·바이오주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주가 트럼프 당선으로 수혜를 입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미국에서는 그간 제약·바이오주가 ‘힐러리 피해주’로 낙폭이 과대했다는 인식에 트럼프 당선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며 “이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주가가 신약 개발 모멘텀으로 그간 과도하게 평가됐던 데다, 한미약품 사태로 신약개발이 어렵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깨달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간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을 늘린 것도 제약·바이오주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가가 현재 낮은 수준이지만 특별한 상승 모멘텀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양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도로 좋지 않다. 한미약품의 경우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지만 아직 2015년 4월 수준인데, 신약 개발 모멘텀이 없었던 2013~2014년 주가로 돌아갈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직접적 수혜를 입을 종목은 램시마가 미국에 진출하는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 업체 몇 곳에 불과해 전반적으로 호재로 작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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