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순실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이 가시화됐고, 국회에는 정치가 실종됐다.

거국중립내각, 국회추천총리 등 국정 회복 과정을 실기한 가운데 야당은 광장의 촛불을 등에 업고 ‘탄핵열차’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야3당은 2일 탄핵안을 발의, 9일 표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탄핵소추안에는 박 대통령이 무려 헌법 조항 11개를 위배한 것으로 명시했다. 탄핵 표결의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주류는 박 대통령에게 ‘4.30 사퇴’를 천명할 것을 요구하며 9일 표결 참여를 일단 유보시켰다.

지난달 8일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추천총리를 공식 제안한 박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이 이 제안을 묵살하고 진척이 없자 침묵 속에 있었다.

하지만 주말마다 5차례 촛불집회가 열린 이후 야당이 본격 탄핵을 추진하자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담화를 갖고 임기단축을 포함해 퇴진 시기와 방법을 여야가 합의해 제안해주면 법절차에 따라 조기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심을 수용해 사임을 발표했지만 여야합의와 법절차 두가지를 조건으로 낸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1월 퇴진'을 내세웠고, 여당은 최근 정치계 원로들의 요구처럼 '4월 퇴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결국 여야합의는 요원해졌고, 야당은 9일 표결로 선회해 박 대통령은 또다시 새로운 운명의 한주를 앞두고 있다.

이제 여당 비주류가 '박 대통령이 7일까지 4월30일 퇴진 시기를 밝힐 경우 탄핵 표결에 불참할 것'이라고 했으므로 박 대통령의 퇴진시점 발표 여부와 여당 비주류의 선택, 촛불민심이 혼돈속의 정국을 좌우할 전망이다.

즉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 시점을 밝히면 탄핵은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10여명은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선언해도 야당이 거부한다면 탄핵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탄핵이 불발될 경우 책임을 여당과 야당이 반반씩 나눠갖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탄핵이 부결되면 비로소 야당이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위해 여당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촛불을 여의도로 돌려라' 식의 선동이 나오면서 여전히 촛불정국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국회 탄핵표결은 여전히 안갯속으로 박 대통령은 일단 탄핵정국을 흔드는 효과는 얻었으나 여야합의라는 걸림돌을 과제로 남겨놓았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조기퇴진을 선언한 것은 탄핵정국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맞지만 대통령의 사임선언마저도 '대선 셈법'에 막힌 것이다.

박 대동령의 3차 담화문이 개헌을 통한 퇴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헌법을 장치로 버티는 상황을 여야도 정치력으로 풀어야한다.

그것이 대의민주주를 채택한 이유이다. 정치인은 민심을 핑계로 위헌적인 무리수를 둘 것이 아니라 국회 안에서 법과 여야합의로 꼬인 정국을 풀어나갈 의무가 있다.

만약 ‘최악의 수’로 박 대통령의 4월 퇴진도, 탄핵안 처리도 무산될 경우가 생긴다면 국정마비는 더 길어지고 국회의 신뢰 추락도 걱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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