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탄핵정국에 2017년 한국경제 어디로 가나?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와 불확실성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은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면서 곳곳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정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부와 기업은 내년을 준비하는 작업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은 난관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며, 정치에 갇힌 경제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펜은 정국 혼란기에 우리 경제계의 현실과 전망을 3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직격탄 날린 최순실 게이트, 경제는 아프다
②꽁꽁 얼어붙은 제조업…산업경쟁력 악화
탄핵정국에 2017년 한국경제 어디로 가나?

[미디어펜=김지호·이원우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한국경제가 ‘소등’ 상태에 빠지고 있다. 말 그대로 깜깜하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트럼프 리스크(Trump Risk)’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9일 국회 본회의가 열려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박근혜 대통령 직무가 중단된다고 해도 경제 정책 중단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방향으로 가도 ‘막다른 길’이라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 '최순실 게이트'로 한국경제가 ‘소등’ 상태에 빠지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리스크로 인한 국내 경제의 타격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적으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1일 펴낸 ‘한국과 대만 정부: 비교 분석 - 유사한 구조적 제약요인, 상이한 정책적 대응’ 보고서에서 “양국의 양극화된 정치상황이 정책 수단의 이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양극단으로 갈린 정치권 상황이 구조 개혁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책 실행이 지연되리라 보진 않지만 박 대통령의 정치 스캔들은 이런 전망에 위험 요소로 자리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무디스로부터 세 번째로 높은 ‘Aa2’ 등급을 받은 상태다. 향후 정치적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커지면 신용등급이 추락하면서 경제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건스탠리는 한술 더 떠 최근 발표한 ‘2017년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올해(2.5%)보다 낮은 2.3%, 그리고 2018년에는 2.0%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후진적인 정치 수준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질적인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사태의 경우 어떤 방향으로든 빨리 결말이 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속절없는 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 발표한 전망치 3.0%보다 0.4%포인트 낮춘 것으로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혼란이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미 한국은행은 물론 국책 및 민간연구원은 대부분 이미 2%대로 낮춘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금융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2~2.6%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수치를 더욱 낮춘 경제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 전문가들은 앞다퉈 한국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앞다퉈 우리 경제를 둘러싼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내년도 대한민국 경제가 2.4%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5월 2.7%로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0.3%p 내려 잡은 것이다. 

KDI의 전망대로라면 내년 우리나라 경제는 2.3% 성장한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문제는 이마저도 ‘낙관적 전망’이라는 것이다. 

김성태 KDI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성장률이 1%대로 급락하지는 않더라도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성장률이 2.0%~2.3%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의 ‘최순실 게이트’가 만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사안으로 연결될 경우 한국경제는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경제의 거울’인 증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가뜩이나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서 탈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위태롭다.

특히 ‘부정부패 기업’에 엄격한 해외 연기금 투자자들이 국내 대기업 투자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악화시켜, 국내증시의 박스권 장세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 정책기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박 대통령 탄핵여부와 관련 없이 정치적 파문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의 급격한 위축을 부르고 있다”며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언제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이 날지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탄핵이나 하야를 하든 현 정부가 계속되든 불확실성을 빠르게 제거하는 것이 국내 경제의 성장률을 그나마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13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에 미국 금리인상까지 겹쳐지면서 한국경제에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2017년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약 1460조원으로 2016년 대비 9.8%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급증한 가계 부채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 시한 폭탄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경제가 좋아져서 금리가 오르면 문제가 없는데, 미국발 충격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 문제”라며 “은행 담보대출의 60~80%가 주택담보대출인데,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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