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연, 규제완화, 경쟁촉진, 민영화, 공기업개혁 서둘러야

   
▲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원장,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학생들에게 숙제 안내주고 시험 안보이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윗사람의 감독이 소홀하면 직원들의 근무태도가 해이해진다. 속도위반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서는 차량들이 제한속도를 잘 지킨다. 업무실적에 따라 차등보상이 이루어져야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한다. 이런 현상들은 심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싫지만, 우리 모두 생활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이것은 특정 이념이나 가치관에 근거한 관찰이 아니다.

경쟁압력 받지않으면 개인 조직 나태 비효율화

마찬가지로 경쟁의 압력을 받지 않고 있는 개인이나 조직은 결국 나태하고 비효율적이 될 것이다. 아무리 나태하고 무능해도 쫓겨 날 걱정이 없다면, 누구도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적자가 나도, 회사가 망할 걱정이 없다면, 어느 기업인이라도 굳이 힘들여 경영개선을 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두 안타깝지만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진실이다.

그러나 이런 도덕적 해이 현상에 대해 특별한 가치판단이나 비판을 할 필요가 없다. 본래 인간본성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고 싶고, 가능하면 편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적 욕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기강해이를 부추기고 용납하는 풍토와 제도가 더 문제인 것이다.

경제정책과 제도가 게으른 국민, 부지런한 국민 갈라

따라서 한 나라의 경제정책과 사회제도가 국민들을 게으르게 만드는가, 부지런하게 일하도록 만드는가에 따라 그 나라의 경쟁력과 생활수준이 결정된다. 남북한과 통일전 동서독이 그 증거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정책과 제도는 경제주체들을 게으르고 무책임하게 만들어 한국사회를 총체적인 비효율과 기강해이 상태에 빠뜨리고 있다. 많은 국민이 생산한 것 보다 더 가져가려고 하고, 일 덜하고 더 받아가려하고, 의무보다 권리를 더 주장하고 있으며, 남의 돈으로 사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됐다.

한국경제가 2000년대 들어와 계속 성장잠재력이 하강하는 것도,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소리를 듣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한국경제 10년이상 성장 하강, '뜨거워지는 물속 개구리'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 추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제도와 국가관리체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비효율과 기강해이를 부추기는 요소들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남유럽의 경제위기를 당했던 나라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취한 여러 가지 개혁 조치들이 바로 이것을 달성하자는 것이었다.

고용제도 유연화, 부실기업 정리, 규제완화, 시장개방과 경쟁촉진, 국영기업 민영화와 공공부문 개혁 등이 바로 기득권에 안주하지 못하게 하고 불로소득과 공짜를 없애 사람들을 다시 생산적으로 부지런히 일하게 만들기 위한 방안들이다. 박근혜정부의 경제개혁 계획도 이 원칙에 충실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제개혁 방안은 특정 이념이나 경제학 이론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부강해진 나라들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실용주의적 지혜일 뿐이다. 사회주의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가 이런 방향으로 경제를 개혁하면서 경제가 놀랍게 발전한 것이 그 증거다.

경제제도 국가관리체제 곳곳의 비효율 기강해이 조속 제거해야

이런 실용적 경제개혁 정책이 효율과 생산성만을 추구하고 사회가 추구하는 다른 가치는 모두 부인하는 약육강식의 경쟁만능 논리로 보는 것은 오해다. 인간의 경제적 욕구와 시장기능을 활용해서 우리 사회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실용적 문제해결 원리일 뿐이다. 그 목적은 동반성장일 수도 있고, 지역균형발전일 수도 있고, 교육개혁일 수도 있고, 환경보호일 수도 있다.

앞으로 어느 사회든지 정직과 성실이 보상받는 사회, 창의와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 투명하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원칙과 기강이 서있는 사회, 공짜와 특혜, 떼쓰기가 없는 실용주의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선택은 이렇게 변화하든지, 아니면 낙오되는 것 뿐이다. 그것이 신자유주의든 시장주의든 명칭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또 다른 공리공론의 폐습일 뿐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원장,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