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엔 김치 궁합·뚜껑 열린 사이다 언제까지…과속스캔들 시각도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고구마와 궁합은 사이다가 아니라 김치다. 고구마와 사이다가 요즘 인터넷에서 화제다. 차기 대선주자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입에서 나왔으니 그럴만하다. 같이 언급된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뜨겁게 튀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불붙은 촛불의 최대 수혜자다.

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문재인 23.5%로 1위, 반기문 18.2%, 이재명 16.6%로 2,3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4주째 최고치를 경신하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턱밑 추격하고 있다. 야권 핵심지지기반인 호남에서는 문재인 24.2%, 이재명 23.5%로 초박빙이다.

이번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5~7일 1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2.5% 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참조.

고구마와 사이다 발언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말이 계기가 됐다. 진행자 김어준은 "이재명 시장이 상종가다. 이재명은 사이다다. 문재인은 고구마다. 이 시장은 빠르고 명쾌한데 문 전 대표는 느리고 모호하고 답답하다고 한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런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고구마와 사이다 발언으로 화제다. 일각에서는 과속스캔들이라는 시각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표는 "맞다. 하지만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르다. 밥이 아니니까.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며 "탄산음료는 밥은 아니다"고 했다. 이에 이재명 시장은 "목 마르고 배고프고 이럴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고 뼈있게 받아쳤다. 이후 이 시장은 트위터에서 '사이다에 고구마를 같이 먹으면 맛있고 든든하다'고 했다.

묘한 뉘앙스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이어지는 말 또한 속내를 비치고 있다. 이재명 시장에 대해 "위치 선정 빠르다. 최전방 공격수로 잘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당하고 보조를 맞춰야 한다. 책임이 더 무겁다"고 했다. 뼈 있는 말들이다.

금방 목이 마르는 사이다와 배가 든든한 고구마. 그리고 같이 먹으면 맛도 있고 든든하다고. 책임이 더 무겁다. 무엇을 주고 받든 그건 당사자들의 마음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고구마나 사이다는 간식이다. 요즘 고구마와 사이다로 배를 든든하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구마의 원산지는 열대아메리카로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통하여 전래되었다. 고구마라는 이름도 일본말 고귀위마(古貴爲麻)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663년(현종 4)에 표착하였던 사람이 그 곳에서 고구마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이 작물을 재배하면 굶주림을 면할 수 있다고 보고한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구마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700년대 후반부터이다. 당시에는 굶주림을 면하는 중요한 식물이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온라인 사전 '우리말 샘'에 고구마에 대한 뜻풀이는 다음과 같다. "융통성이 없어 답답하게 구는 사람이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을 일컬어 고구마를 먹고 목이 메는 것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일견 문재인 전 대표도 알아챘음직하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진짜 필요한 건 김칫국물이다.

고구마와 진짜 궁합이 잘 맞는 건 사이다가 아니라 김치다. 고구마는 김치와 같이 먹으면 목메임이 없다. 답답함은 김칫국물로 푼다. 사이다와 고구마는 어쩐지 어색하다. 어쩜 문재인 대표가 이를 먼저 알았다면 그렇게 답하진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고구마와 사이다' 논쟁은 최순실 정국에서 두 사람의 '욕심'을 드러낸 상징어 같은 냄새가 물씬 풍긴다.

'사이다'는 요즘 인터넷이나 언론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다.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것을 의미하면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촛불 정국에서, 최순실 청문회에서 사이다 발언은 화제다. 사이다는 톡 쏘는 맛과 시원함이 있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말처럼 금새 목이 마른다. 탄산 빠진 사이다는 그야말로 물맛보다 못하다. 이재명 시장은 혹 너무 빨리 사이다 뚜껑을 연 것은 아닐까.

고구마나 사이다는 간식이지 주식은 아니다. 이재명 시장은 촛불민심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가 치솟았다. 촛불민심은 정국이 제자리를 찾으면 저절로 잦아든다. 고구마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사람은 없다. 혹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서 많이 찾고는 있다지만 고구마만으로 끼니를 때울 수는 없다. 어쩌면 두 사람은 진짜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말로 참 고구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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