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07.27 03:52 목
> 칼럼
"천당 못갈 김기춘"…인격살해장이 된 청문회 유감
"세월호 인양하면 정부 책임" 김경진 주장은 망발일뿐
청와대를 악마 공간으로 묘사하는 의원-언론도 반성을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승인 2016-12-11 13:47:18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
   
▲ 조우석 주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이번 사건이 '여론 쿠데타'란 판단이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점이다. 대통령의 없던 허물까지 모두 들춰내 시민의 분노를 무한증폭시킨 결과에 대한 자성이 등장하는 조짐인데, 기회에 합리적 이성을 되찾는 과정이 소중하다.

그래서 앞으로 몇 개월, 헌재의 선고 직전까지는 진실 싸움의 국면으로 전환해야 옳다. 이 과정에서 잊으면 안 될 건 사악한 언론 두 곳의 실체에 대한 인식이다. 회장 홍석현이 지휘하는 jtbc와 중앙일보가 문제인데, 좌익 상업주의에 매몰된 두 매체는 이번 여론 쿠데타에서 정말 최악이었다. 그 전형적 모습이 탄핵 표결 하루 전날(12월8일) 중앙일보 지면이다. 

그날은 매 지면이 폭탄이었다. 우선 6면 머리 제목. "고영태·최순실 '개싸움'에서 국정농단 게이트가 열렸다." 그건 독자의 혐오감을 키우기 위한 장치다. 최순실이 기르던 강아지를 고영태에게 잠시 맡긴 과정에서 둘 사이가 틀어졌다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 

다만 그걸 '개싸움'이란 표현과 함께 전단(全段)제목으로 올렸는데, 그건 혐오감을 부추기 위해서는 저들이 무슨 짓이라도 할 태세다. 그보다 중요한 건 1면 머리기사의 조작행위인데, 그건 국회 탄핵 표결에도 단단히 악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기회에 짚고 넘어가야 옳다.

사악한 언론 jtbc와 중앙일보

"최순실·대통령은 동급, 공동정권이라 생각." 국회 2차 청문회에서 차은택이 그렇게 발언했다는 건데, 그건 명백한 허위다. 그 주장은 새누리당 하태경의 발언이었다. 그걸 들은 차은택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대꾸를 한 게 전부인데, 그걸 온통 둔갑시켜놓은 게 더러운 매체 중앙일보의 수준이었다.

참담한 건 따로 있는데, 그게 5면 머리기사다. 앞의 두 지면이 추악한 장난이라면, 이번엔 인격살해의 횡포다. 그날 청문회에 출석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얘기인데,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하는 자탄이 나온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바로 잡혀야 옳다는 생각임을 밝혀둔다. 

문제가 되는 건 세월호를 둘러싼 청문회 문답이다.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 "세월호 시신 인양을 포기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게 국민의당 의원 김경진의 억지 질문이었는데, 그걸 기정사실화한 게 중앙일보를 포함한 대부분의 신문이었다. 그날 기사는 이렇다.

"김 전 실장은 "비망록에 비서실장 지시는 '장(長)'이라고 표시했는데 2014년 10월 27일자를 보면 '세월호 인양, 시신 인양 X, 정부 책임 부담'이라고 기록돼 있다.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시신 인양 안 된다. 정부 책임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얘기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그러면서) "증인께서는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방적이어도 너무 일방적이다. 질문한 김경진은 과연 제정신인가? 어떻게 청와대의 공식회의에서 김 비서실장이 "세월호와 시신을 인양하면, 정부 책임"이란 인면수심 발언을 한 걸로 그는 확신한단 말인가? 그걸 전제로 해서 "천당 가기 쉽지 않다. 반성 많이 해라"는 저주를 한 건 또 뭔가? 

   
▲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문회장에서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들었다. 사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한심한 건 그걸 가감 없이 내보낸 중앙일보의 선정적 보도다. 같은 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청문회에선 민주당 의원 안민석이란 위인도 "대한민국 5000만 명 중 한 사람도 당신을 두둔하지 않으니 오리발 실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겠다."고 조롱했다. 김기춘 실장의 입장에선 땅을 칠 노릇이리라. 기억에 희미할 2년여 전 일을 급작스레 물어보니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서둘러 대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보니 자신이 악당 중의 악당으로 온통 둔갑해버렸다. 참고로 그날 중앙일보 5면 제목은 "김기춘 '잘 모르겠다' 60번, '부끄럽고 죄송' 24번"이다.

그게 문제다. 김기춘을 악당에 무능한 인간으로, 청와대를 악마가 사는 공간으로 묘사하면서 독자들 가슴에는 마냥 불을 질러대는 게 이 나라의 언론들이 하는 짓거리다. 실제로 그 직후 네이버 블로그 등에는 지금 "김기춘은 악마였다"는 식의 글이 뜨기 시작했으니 헬조선을 만드는 건 결국 우리들 자신인 셈이다.

춤추는 자코뱅식 폭력

지금 생각하면 '세월호 인양, 시신 인양 X, 정부 책임 부담'이란 메모는 암호가 아니다. 정반대로 새기면 그냥 해석된다. 김경진의 억지와 달리 "세월호와 시신 인양이 안 될 경우 정부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 100% 맞다. 김 전 실장이 요즘 "세상에 이렇게 억울할 수 있느냐?"는 하소연을 지인(知人)들에게 하는 것도 이해 못할 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언론이 단 한 곳도 없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한국언론과 여의도 국회란 각각 기울어진 운동장, 망가진 헌법기관임을 떠나 국가사회를 망가뜨리고, 사람을 죽이는 흉기임을 새삼 보여주는 증거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다. 

그날 청문회 날 김 전 실장은 12시간 넘게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아내야 했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평창동 집에 돌아와선 "가슴에 스텐트 7개를 심은 심장 수술 전력에도 쓰러지지 않은 게 기적"이라며 부인과 함께 한숨을 쉬어야 했다고 채널A는 그 다음날 보도했다. 

이건 아니다. 아니어도 한참 아니다. 필자가 수차례 경고한대로 대통령 탄핵 표결과 함께 한국사회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탄핵 표결은 헌법 제4조가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명백한 위헌이고, 대중의 광기 아래 사회 전체가 굴복했다는 점에서 비극적 사건이다.  

헛똑똑이들이 즐거운 시민혁명을 말한다 해도 나는 결단코 동의 못한다. 폭민(暴民)정치가 체제변혁 민중혁명으로 치달을 것임도 다시 경고해둔다. 그건 대한민국 현대사의 거대한 실패이며, 김기춘의 사례에서 보듯 멀쩡한 사람을 죽이는 살벌한 공포정치일 뿐이다.

그게 사회변혁 시기에 등장하는 무자비한 '자코뱅 복음'의 폭력이란 걸 새삼 환기시켜 드린다. 프랑스대혁명 때 익히 보았던 사회적 광기가 사람을 쓰러뜨리는 것이다. 에드먼드 버크와 함께 자유주의자의 원조로 꼽히는, 고전 중의 고전 <미국의 민주주의> 저자 알렉시스 토크빌 역시 그걸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는 어렸을 적부터 자기 눈으로 '괴물' 프랑스대혁명의 실체를 보았던 사람이다. 숱한 친척들이 기요틴의 제물로 바쳐졌다. 개혁의 사도 로베스피에르가 행했던 공포정치에 모두 희생된 것이다. 부모 역시 감옥생활을 해야 했는데, 로베스피에르의 실각으로 목숨을 겨우 건질 수 있었다.

이런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숱한 고생을 해야 했던 그의 아버지의 경우 나이 불과 스물네 살에 이미 백발이 되어 버렸다는 일화가 있다. 심지어 어머니도 신경과민의 환자로 누워버렸다. 이걸 보고 자란 토크빌이 균형 잡힌 사회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프랑스대혁명의 먼지 속에 에드먼드 버크가 생겨나고, 알렉시스 토크빌이 성장했지만, 한국사회에는 그럴 조짐도 거의 안 보인다. 그저 살벌하고 무식하다. 광화문에 나와 미친 열광을 하는 헛똑똑이 대중과, 그런 모습을 찬양하는 얼치기 언론, 그리고 대한민국 밑둥치에 도끼를 내리찍는 바보 국회의원만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김기춘 전 실장에 뒤늦게 위로의 이 글을 쓸 수 있어 그래도 다행일까? 그에게 개인적 위로를 건네는 건 그 자체로 인간적 교감의 방식이겠지만, 기회에 재삼 물어본다. 촛불민심이라고 하는 거대한 '사고 정지'의 늪에 빠진 한국사회는 대체 언제 제정신으로 온전히 되돌아올 것인가? /조우석 주필
[조우석]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84 , 603(운니동, 가든타워)  |  회사직통번호 : 02)6241-7700  |  팩스 : 02)6241-7708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0574 | 등록일.발행일 2008.5.8   |  발행인 : 이의춘 | 편집인·편집국장 : 민병오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사성
Copyright © 2013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