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의 비박계와 친박계가 이틀째 서로에게 “네가 나가라”며 분당을 각오한 ‘치킨게임’ 을 벌이고 있다. 

친박계는 김무성, 유승민 의원에 대해 “배신” “패륜”이란 말로 맹비난했고, 김무성 전 대표는 친박을 향해 “노예근성이 박 대통령도 죽이고, 새누리당도 죽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은 탄핵 정국을 지나오면서 심정적으로는 거의 분당 상태이면서도 아직까지 어느 한쪽이 탈당과 신당 창당이라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다.

비박계는 전날 ‘최순실의 남자’라며 이정현 의원 등 8명의 의원을 지목해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내에 친박이 비박보다 많은 상황인데다 비박계도 당장 신당을 꾸릴 정도의 원심력은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양측은 당내 중도로 분류되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퇴 선언으로  16일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있다.
 
만약 친박에서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될 경우 곧바로 이어지는 주말동안 김무성 전 대표를 위시한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의원들의 결단이 있을 수도 있다. 

비박과 친박 양측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사활을 건 이유는 이정현 당대표가 21일 사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치를 겨를이 없어보이는 만큼 신임 원내대표가 앞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할 가능성이 높아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친박계에서는 김정훈(부산 남구갑) 의원과 정우택(충북 청주시상당구) 의원, 홍문종(경기도 의정부시을) 의원이다. 비박계에서는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과 주호영(대구 수성구을) 의원 등이 거론된다.

   
▲ 6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새누리당 해체 요구 집회에서 시민들이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을 당론으로 채택, 탄핵 추진에 제동을 건 새누리당의 대형 깃발을 찢고 있다.


만약 신임 원내대표가 비박계에서 나올 경우 이정현 대표의 21일 사퇴 이후 새누리당은 다시 2차 격돌에 들어갈 수 있다. 

이미 이 대표는 나머지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가 없다고 밝혀 현 지도부 체제 유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인제 전 의원 등이 공동대표를 맡은 당내 친박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도 이날 출범한다. 

하지만 비박계가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를 내세워 비상대책위를 꾸리려고 할 경우 현 최고위원들로 구성된 지도부를 내세운 친박계와 재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출범할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과 관련해 김태흠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은 한 70명 내지 80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외위원장까지 참여할 경우 적어도 100명이 넘는 모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앞으로 새누리당 계파 싸움은 당장 새로 들어설 원내지도부가 주도권을 쥐고 양측을 향해 출당을 강요하는 등 밀어내기에 열을 올리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제 출당을 위해선 의원총회에서 소속의원 3분의 2, 즉 128명 중 86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양쪽 모두 이 정도 인원은 안 되는 상황이다. 
 
또 친박이든 비박이든 어느 한쪽이 출당해 신당을 창당한다면 전국적으로 조직 정비를 하기에 시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가 언제 나오냐에 따라 조기 대선이 예상된 상황이어서 더욱 탈당이 쉽지 않다. 

이 밖에도 탈당하는 쪽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고, 500억여원으로 추정되는 당의 재산을 포기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탈당파가 50명 규모의 신당을 만든다고 해도 내년 국고보조금은 68억원 수준에 그치게 된다.

한편,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해체 선언을 하고 앞으로 새로운 모임을 만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1차 목적’을 달성한 데 이어 당내 친박계에 맞서기 위해 중도 성향의 원내외 인사들까지 포섭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앞으로 친박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과 비박이 새로 내세울 또 다른 모임은 곧바로 탈당을 결행하기보다 당내에서 세력 확장을 위해 한판 승부를 벌일 양상이어서 지난 공천 파동 이후 4.13총선 때 일시 봉합된 계파 싸움이 이번에야말로 어떤 모습으로든 결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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