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지갑 직장가입자 역차별…지역가입자 소득 파악이 우선
   
▲ 이동응 경총 전무
나에게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가 너무 높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최근 들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정치권에서 부과방식 개편을 놓고 여러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이 논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재 봉급쟁이라 불리는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고, 임대수입, 강의료, 원고료 등 직장가입자의 보수외소득이 연 7200만원 초과 시에는 보수외소득에 대한 소득월액 보험료를 별도 부과한다. 이에 반해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 재산, 자동차, 성별, 연령을 반영하여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료 부과기준이 이원화되어 있고, 부과체계가 너무 복잡하다 보니 이를 둘러싼 불만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납부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소득을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직장, 지역 가입자의 특성, 소득여건, 재정상황, 비용부담 등 건강보험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에 모든 직장가입자의 소득은 거의 100% 확보되어 있다. 사실상 유리지갑이다.

직장가입자의 근로소득은 투명하기 때문에 아주 손쉽게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보수월액 평균이 300만원이 넘기 때문에 재정도 충분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자료 보유 세대가 50%에 지나지 않는다. 즉, 지역가입자 두 세대 가운데 한 세대는 보험료를 부과할 소득자료 자체가 없다. 소득자료를 보유한 경우에도 연소득 500만원(월 42만원) 초과세대는 전체의 24.5%에 불과하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비근로자 가구의 소득이나 지출은 근로자가구의 70~9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는 과세당국에 포착되는 지역가입자의 소득과 실제 소득 간의 괴리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 공평한 건강보험료 전제조건은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이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지역가입자의 실제소득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지역-직장가입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부과체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캡처.

한편, 건강보험료의 부과 대상이 되는 소득 범위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규 보험료 부과소득에는 일용근로소득, 2천만원 이하 금융소득, 양도소득 등 소득세법상 각종 항목들과 소득이라는 명칭이 붙어있지만, 기본적인 속성은 재산에 가까운 상속․증여소득까지 거론된다.

따라서 건강보험과의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각종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또한, 이미 근로소득이 100% 드러나는 직장가입자들의 부가소득에까지 보험료를 부과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조치는 전체 보험료 수입의 83.4%(’15년 기준)를 부담하고 있는 직장가입자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일용근로소득,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양도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고용, 금융,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보험료 부과대상을 소득중심으로 확대 개편할 필요성은 있을지 모른다. 재산이나 자동차와 달리 유동성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직장-지역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도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득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현재보다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소득이 드러나지 않는 지역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은 감소하고,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가입자의 부담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소득에 따른 보험료 부과를 오히려 어렵게 한다.

단순히 모든 국민들에게 동일한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직장-지역가입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이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지역가입자의 실제소득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지역-직장가입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부과체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가능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공평하게 보험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 내가 낸 보험료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많이 내준 보험료 때문에 내가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부과체계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이동응 경총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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