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파부침주(破釜沈舟). 사기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나라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 항우가 쥐루(鉅鹿)의 싸움에서 출진에 즈음하여 타고 온 배를 가라앉히고 사용하던 솥을 깨뜨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진나라 말기 급격히 추진된 통일정책과 대국민 토목공사 등으로 백성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민심이 동요하자 극단적인 탄압정책이 시작됐다. 폭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시황제의 죽음을 계기로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났다. 진나라는 장군 장한을 내세워 항량을 정도에서 대패시키고 그를 죽게 했다. 장한은 승세를 몰아 조왕(趙王)을 크게 격파하고 쥐루를 포위했다. 다급해진 조왕의 대장 진여(陳餘)가 항우에게 구원병을 요청했다.

직접 출병한 항우는 군대가 막 장하를 건넜을 때 타고 왔던 배를 부수어 침몰시키라고 명령을 내렸다. 싣고 온 솥마저도 깨뜨려 버리고 주위의 집들도 모두 불태워버렸다. 병사들에게는 3일 분의 식량만 나누어 주었다. 돌아갈 배도 없고 밥을 지어 먹을 솥마저 없어진 병사들은 결사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결국 아홉 번을 싸우는 동안 진나라의 주력부대는 궤멸되고 이를 계기로 항우는 맹주가 됐다.

   
▲ 중기인들은 2017년 사자성어로 파부침주를 꼽았다. 그만큼 절실하고 배수진을 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다.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타 기관보다 훨씬 낮은 2.2%로 전망했다. 체감경기가 꽁꽁 얼어 붙었다. 살아 남기 위한 생존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살기를 기약하지 않은 채 결사항전의 태세로 싸워야 한다. 중기인들은 2017년 사자성어로 파부침주를 꼽았다. 그만큼 절실하고 배수진을 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내년 경기를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 지난해 86.2보다 3.1포인트 떨어진 83.1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절반 넘게 내수회복의 불확실성을 꼽았고 대선 등 정치 이슈도 큰 부담으로 나타났다.

정치가 경제를 집어 삼키는 모양새다. 중소기업 10곳 중 1곳만이 내년 설비투자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투자가 얼어 붙고 있다. 고용시장도 한파다. 내년 신입 채용 취업 문턱은 올해보다 4.8% 포인트 줄어들 전망이다. 기업 10곳 중 5곳 이상이 내년 경기전망은 악화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아우성이다. 환란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라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내수·수출 동반 부진, 가계부채 급증 등 안팎으로 곱사등이다. 정치리스크가 경제리스크로 불붙고 있다. 촛불 앞에 법치가 흔들리고 광장의 심판에 유죄로 낙인 찍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촛불의 등에 올라탄 이들은 혁명을 외치고 있다. 재벌의 목을 조르고 반기업정서를 부추긴다. 코리아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이라는 올가미로 경영간섭을 노골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업들에겐 헬조선이 따로 없다. 대권놀음에 빠진 정치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망우보뢰(亡牛補牢)의 누를 범해선 안된다. 백척간두의 경제다. 이제라도 정치는 중소기업인들의 '파부침주'의 절박함에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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