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 통과 필요…'반쪽 출범' 우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위원회가 K뱅크의 은행업 본인가를 내면서 한동안 정체됐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다시 속도가 붙었다. 24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탄생하게 됐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지만 은행법 개정안 통과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4일 금융위원회(위원장 임종룡)는 14일 제22차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K뱅크의 은행업 영위를 본인가 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 측 관계자는 "지난 9월 말 본인가 신청 후 두 달 반 동안 자본금요건과 자금조달방안 적정성, 주주구성 계획, 사업계획, 임직원 요건,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 요건 등 인가 요건을 꼼꼼하게 심사한 결과 K뱅크가 이를 모두 충족했다"고 말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3월 서울 중학동 더케이트윈타워 내 K뱅크 준비법인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준비상황점검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아이디어룸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이로써 KT가 주도해 설립한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는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의 은행 신설 인가를 받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말 그대로 인터넷에만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라 대한민국 은행 산업의 새로운 지표가 될 전망이다.

당초 연내 출범을 목표로 했던 K뱅크는 이날 본인가를 받읕 후 마지막 준비 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말∼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이날 심성훈 K뱅크 초대은행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혁신과 차별화로 10년 후 자산 15조원 규모의 넘버원 모바일 은행이 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현재 K뱅크의 자본금은 2500억원 수준이다. 이사 9명(사내 3명, 사외 6명) 등 200여명의 임직원이 채용된 상태다. 주요 주주는 KT(8%), 우리은행(10%), GS리테일(10%), 한화생명(10%), 다날(10%) 등 총 21개사다.

K뱅크는 중금리 개인 신용대출, 간편심사 소액대출, 체크카드, 직불 간편 결제, 퀵송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신용카드업, 방카슈랑스, 펀드판매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인허가를 신청한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K뱅크의 주주인 NH투자증권의 동일인(비금융주력자) 주식보유 한도(4%) 초과 신청도 승인해줬다. 단, 본인가 조건으로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거래의 방법으로 은행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부대조건이 붙었다. 기존 은행이 하고 있는 대면영업이 아닌 자동화기기(CD, ATM), 컴퓨터, 전화기 등 비대면방식으로만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영이 조기에 안정되도록 '인터넷 전문은행 현장지원반'(가칭)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지원반은 내달부터 K뱅크 현장으로 직접 나가 은행 영업개시 관련 애로 요인을 즉시 해소하고, 전산보안이나 소비자보호 등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 금융위원회는 14일 케이뱅크 본인가를 의결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서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진행했다. 최훈 금융서비스국장(왼쪽)이 심성훈 케이뱅크 초대 은행장(가운데)에게 은행업 본인가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최대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은행법 개정안은 여전히 미결과제로 남게 됐다. 현행 은행법은 사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 4%(전체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해 ICT기업이 인터넷은행 사업을 주도할 수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개정안 통과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여야간 의견이 분열돼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회 김용태‧강석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분보유 한도를 50%로 상향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이 특례법을 발의, 34%까지 완화하는 개정안을 내놨지만 연내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IT기업이 설립 초기부터 경영권을 안정적‧주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뒷받침이 하루라도 빨리 정비돼야 한다"며 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법 개정이 진행되지 않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그저 기존 은행들의 '온라인서비스'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K뱅크와 함께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던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 금융위에 본인가를 신청해 내년 상반기 중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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