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미국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확실시됨에도 글로벌 주식시장이 별다른 충격을 보이지 않아 관심이 모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증시, 특히 신흥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지만 국내 증시 역시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1만9953.75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장중 2277.53, 5486.7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은 미국시간으로 14일 오후 2시 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금리인상을 공식 밝힐 예정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실시 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랠리를 펼친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상황은 신흥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와 중국도 비슷하다. 코스피지수는 2040선을 오가고 있고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3200선 재회복을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우려했던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신흥국 자금 유출 우려도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6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보이면서 561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금리인상을 앞둔 외국인의 움직임으로는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연말 랠리가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탄핵 정국으로 증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정책 기대감이 금리인상 우려를 뛰어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후 정부 재정 지출 확대와 인프라 투자 등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고 소비 측면에서 미국 경기도 좋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이전에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증시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트럼프의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통화정책을 뛰어넘고 있다”며 “증시를 결정하는 주체가 연준에서 트럼프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기회복 기대감에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몰려 있던 글로벌 자금은 위험 자산인 주식으로 옮겨가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최근 유가 상승과 중국 지표 개선으로 신흥국 경기가 좋아지는 등 전세계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향후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준재 센터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래 연구원도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에서는 지난 7일까지 78억 달러가 순유출 되는 등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 등 일부 종목에만 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박상현 상무는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가면서 외국인의 매수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경기회복 기대감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 위축 현상을 막아주는 형국”이라며 “내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외국인의 매수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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