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공백과 丁의장·원로 소통확대 조언 감안…국민의당만 수용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치권발(發) 여·야·정 협의체 실현 가능성이 난망한 가운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측이 15일 '정당별 회동'을 역으로 야3당에 제안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즉각 거부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제안은 새누리당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된 데 따른 것으로, 국민의당만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야권 공조의 균열을 노출했다. 야2당의 반발은 정부와 정치권 간 국정수습을 더욱 난망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권한대행측은 이날 여당의 내분 사태로 여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일단 각 정당별로 정부와 접촉해 국정운영 방향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권한대행 측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각계 원로님들이 주신 국회와 정부의 소통확대에 관한 조언 등을 감안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약 1주일이 지났음에도 정부-정치권 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머무르는 가운데 황 권한대행 측이 꽉 막힌 정국을 해소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수다.

분당의 기로에 선 여당에서 신임 대표가 선출되기까지 기다리는 건 혼란한 정국을 방치하는 데 다름없고, 현직이든 차기든 '친박 대표'를 거부하겠다는 야당의 입장이 확고해 개별회동을 통해서라도 협치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로 보인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가 전날(14일) 국회를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동하는 모습./사진=국무총리실 제공


실제로 박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대표는 야당들로부터 괄시를 당하고 있고, 친박 지도부 자체가 21일 일괄 사퇴를 선언해 여야간은 물론 정부·여당간 대화조차 난망한 상황이다.

특히 여당 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야3당 대표와 1:3 회동을 한다면 사실상 모든 정부정책을 철회하라는 이들의 협공을 당할 수 있지만, 개별회동이라면 일방적으로 말려들지 않고 국회와의 협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으로도 보인다.

'역제안'의 배경은 국정운영에 있어서 호락호락하게 야권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도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황 권한대행측은 "국정의 조속한 안정방안을 협의하기 위해서는 여야정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여당이 빠진 상태에서 야·정 협의체는 불가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와 정의당은 거부, 국민의당은 수용 입장을 보이며 엇박자를 냈다. 탄핵 이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정부-야당간, 특히 어느 한 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야권 내 주도권 싸움의 일환으로 보인다.

추미애 대표는 총리실의 정당별 대표 회동 제안에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과도국정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회-정부 정책협의체의 구성 등 제반 논의는 각 당을 따로 면담하듯 만날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 "황 대행이 국정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개별적인 회동을 하겠다고 역제안한 것이라면 과도하다"고 정략적 관점을 노출했다.

또한 "새누리당의 정비를 하세월 기다리기에 AI 사태, 미국 금리인상 등 우리 경제와 민생 현안이 만만치 않다. 아주 시급하고 비상한 상황"이라며 원안 수용을 종용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 인사청문절차를 대안 없이 거부한 행보와 모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국민의당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대행과 당별 대표 회동이 "임시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여야정 협의체로 만나는게 바람직하지만 새누리당의 친박 대표 때문에 안될 경우 황 대행이 각 당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오전 상무위원회에서 당별 회동 제안에 대해 "탄핵민심을 거스르는 오만한 발상이다. 또 야당을 갈라 치겠다는 얄팍한 발상"이라며 즉각 거부했다. 당 차원에서라도 국정 수습에 협력하기보단 3당 공조로 대여 압박을 지속하는 데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황 대행은 이날도 서울청사에서 국정 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야권의 공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국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황 대행은 회의에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특히 연말연시 분위기를 틈탄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므로 특단의 치안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 "시장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필요시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황 대행측은 이달 20~21일로 예정된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여부와 관련,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석한 전례가 없다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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