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러시아의 투자매력이 급상승하고 있다. 트럼프가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에도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러시아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9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49.51%에 달한다. 최근 1개월 수익률도 17.27%나 된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본토(-14.58%, -3.20%), 브라질(47.94%, 0.86%), 인도(1.63%, -1.81%) 등 신흥국은 물론 일본(0.04%, 7.90%), 북미(3.39%, 2.80%), 유럽(-0.12%, 5.27%) 등 주요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러시아 대표 지수인 RTS는 지난해 12월 30일 757.04에서 현재 1100선을 오갈 정도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처럼 러시아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이어 비회원국까지 원유 감산에 동참키로 해 국제유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러시아는 예산 수입의 30~40%를 석유·가스 부문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유가에 따라 경제상황이 좌우되는 나라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지난 1분기 20달러대였던 것에 비하면 2배이상 오른 가격이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에 잇따라 우호적인 몸짓을 취하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처기 정부 초대 국무장관에 푸틴 대통령의 친구인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내정하면서 취임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해제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동안 러시아에 대한 제재 철회를 공언한 바 있다.

김은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 대통령 취임식(1월), 프랑스 대선(4~5월), 독일 총선(9월)이 예정돼 있다”며 “이들은 모두 러시아 경제제재를 주도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트럼프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에서도 친러시아 성향 인물이 집 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에서 내후년 초를 기점으로 러시아 경제제재 강도가 점진적으로 약화되거나, 해제될 수 있고 이는 분명한 러시아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는 후보시절부터 “중국 상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중국에는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자금유출 우려를 겪고 있는 중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러시아 투자 매력을 높여주고 있다.

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말 3조4380억 달러에서 지난 11월말 기준 3조520억 달러로 2011년 3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위안화의 가치를 떠받쳐온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줄면서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같은 신흥국에 포함된 러시아에서의 자본유출 우려도 크지만 트럼프·미국과 친밀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친러시아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센티멘탈(투자심리)이 상당히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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