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절반이 넘는 집행간부(본부장보)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조직 장악에 나섰다.

16일 거래소는 기존 집행간부(본부장보)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고 집행간부 수를 기존 15명에서 10명으로 33% 축소했다. 기존 부장급 3명을 상무(본부장보)로 승진시키는 인사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채남기 경영지원본부 전략기획부장이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보로 자리를 옮기고, 김성태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장이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를 맡는다. 김영춘 시장감시본부 시장감시제도부장도 시장감시제도 본부장보로 임명됐다. 이들의 임기는 2년으로, 기간은 오는 19일부터 2018년 12월 18일까지다.

이에 따라 기존 15명의 본부장보 중 살아남은 사람은 7명에 불과하게 됐다.

경영지원본부와 파생상품시장본부 내 각각 3명이었던 상무급 자리는 2곳으로 줄었다.

경영지원본부는 기존 권오현 상무와 시장감시본부에서 이동하는 김현철 상무 체제로, 파생상품본부는 김도연, 임재준 체제로 바뀐다.

유가증권본부와 시장감시본부에 있는 상무급 자리 2곳은 각각 1곳으로 감소한다. 유가증권본부는 신임 김성태 상무 체제로, 시장감시본부는 역시 신임 김영춘 상무 체제로 변경된다. 코스닥시장본부 정운수와 신임 채남기 체제로 바뀐다. 국제사업단장은 신흥희 상무가 유임됐다. KRX국민행복재단 전문위원 자리는 사라졌다.

거래소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실무 중심의 조직개편을 통한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리더십, 전문성 및 추진력이 뛰어난 직원을 신임 집행간부로 임명함으로써 조직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이번 인사에 앞서 전날 상무급 임원진 15명 전원에게 잔여 임기 등과 상관없이 일괄 사표를 받아내고는 이날 8명의 사표를 선별 수리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간부 전원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토록 지시한 것은 김봉수 전 이사장 체제(2009~2013년)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인사는 정 이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본부별 자율성 강화를 강조해 온 만큼, 임원진보다 '실무 라인' 위주로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이사장이 '조직 쇄신'을 내걸고 자기 사람을 앉히거나 불편한 사람을 걸러내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경수 전 이사장이 임기를 마무리 하기 직전 전격 인사를 단행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어 최 전 이사장 세력 내치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 금융위원회 부원장 출신으로 증권 분야 경력이 미천한 정 이사장이 거래소의 기능과 사업영역을 너무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무리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단 하루 만에 회사에서 쫓아내듯 내보내는 것도 비인간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경질된 한 본부장보는 "급작스럽게 회사를 나가게 돼 부산에 짐을 싸러 왔다"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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