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새누리당 의원들이 16일 새 원내대표로 친박 진영에서 추천한 정우택 의원을 선택하면서 친박계가 ‘화합’을 방패삼아 폐족을 모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박계는 경선 전 친박계에서 후보가 나온 것 자체에 반발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파 의원들은 내년 5~6월쯤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이 주는 위기감에 현실적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서 ‘화합과 혁신’를 기치로 내세우며 표심을 자극했다. 그는 선거 전날에도 “나는 친박 대표로 나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중도를 자처, 당내 화합을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다. 

이정현 당 대표는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당을 깬다, 나간다는 말을 하지 말고 변화를 위한 지혜를 함께 모아달라”고 읍소한 일이 있다.

이날 경선에서 정 신임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나선 이현재 신임 정책위의장은 총 119표 중 62표를 얻었다. 비박계 원내대표 후보로 나선 나경원 의원과 러닝메이트 김세연 의원은 55표를 얻는데 그쳤다. 1차 투표에서 정 신임 원내대표가 과반 이상을 획득하면서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당락이 갈렸다. 

   
▲ 새누리당 의원들이 16일 새 원내대표로 친박 진영에서 추천한 정우택 의원을 선택하면서 친박계가 ‘화합’을 방패삼아 폐족을 모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미디어펜


나 의원은 이날 경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변화를 기대하고 의원들께서 민심에 따른 선택을 해주시길 기대했는데 당 변화의 결과를 못 만들어내서 아쉽다”면서 “당이 조금 더 민심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친박은 2선 후퇴하는 게 맞다는 것이 제 생각이자 국민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어 “당내에 분명히 변화 세력이 예전보다는 커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변화를 원하는 세력과 함께 앞으로 당의 변화·개혁을 어떻게 만들어가야할지 논의하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탈당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일단 논의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최연혜,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등 ‘친박 지도부’ 모두 전격 일괄 사퇴했다. 오는 21일 총사퇴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닷새나 앞당겨진 것으로 당헌당규에 따라 정 원내대표는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따라서 정 원내대표는 당장 오는 19일 당의 새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비박계와 갈등을 조율하고 대야 협상에도 나서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날 이 대표 지도부의 전격 사퇴가 대표직 공석에 따라 정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게 해서 향후 선출되는 비대위원장에게 주도권을 넘기지 않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어 정 원내대표의 당내 협상력도 주목된다.

정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으로 오는 19일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에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 비박계의 반발이 잦아들고 내홍 수습이 진행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탈당 도미노가 본격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야당이 친박계 원내대표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야권과의 소통도 신임 원내지도부가 극복해야 할 또 다른 과제이다. 당 화합에 대한 친박계의 진정성과 비박계의 의지에 따라 야권에 의한 여당 투톱의 평행선 체계가 길어질 수도 있으며, 이는 결국 차기 대선에 올인할 수 있는 회복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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