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 자원개발 등 60여개사업 투자, 1조원대 공동기금 창설키로
쿠릴열도(북방영토) 공동경제활동·원주민 고향방문 합의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도쿄에서 가진 정상회담 이틀차에 일본 정부·기업 등이 러시아에 3000억엔(약 3조원)대의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일본이 자국의 '북방영토'라며 반환을 주장해온 쿠릴 4개섬의 경우 일본측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4개섬을 1855년 러시아 제국 당시 일본과 맺은 '러일통호조약'에 근거해 해당 지역을 실효지배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역내에서) 특별한 제도에 근거해 양국의 주권을 해치지 않는 공동경제활동에 나선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문서엔 공동경제활동을 양국 간 '평화조약 체결로 이어지는 중요한 한걸음'으로 평가하는 내용과 함께 러일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양 정상의 결의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일본 정부는 공동경제활동에 대해 '일본의 법적 입장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을 요구했지만, 러시아측은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법률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합의 내용은 이런 양측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한 타협안으로 보인다. 

합의에 따라 양국은 외무성 등 관계 부처간 실무협의를 통해 북방영토에서의 공동경제활동에 따른 납세 문제, 역내에서 일본인이 사건·사고에 휘말렸을 때의 처리 방법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 사안별 합의를 도출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을 소요할 것으로 보인다.

러일 정상은 이외에도 과거 북방영토 거주 주민들이 고향을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별도 문서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방영토의 일본 귀속 문제는 진전이 없어 영토문제 해결을 최대 과제로 내세웠던 아베 총리에게 '성과 부진'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일 정상은 이날 의료·건강 분야, 도시 정비, 중소기업 교류, 에너지, 러시아 공장의 생산성 향상, 러시아 극동지역 투자·인프라 정비, 원자력·정보기술(IT) 협력, 인적교류 확대 등 사업 건수로 60건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분야의 경제협력에 대한 합의도 이뤘다.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인 가스프롬에 약 8억유로를 융자해주고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등과 사할린 자원 개발에 합의,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이 1000억엔(약 1조원) 규모의 공동기금을 창설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도 담겼다.

이번 경협 합의는 지난 5월 러시아 소치에서 아베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제안한 8개 항목의 경제협력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당시 아베 총리는 의료·건강, 도시교통망 정비,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개발, 극동지역 인프라스트럭처 정비, 첨단 기술 등 8개 항목의 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열린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양국 경협을 "양국의 경제관계가 구체화되고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푸틴 대통령도 "러일 양국이 본격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구성하기 위한 기초는 경제분야 등의 협력이라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 이어 경제단체 주최 모임에 참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일본 유도의 본산으로 알려진 고도칸을 방문한 뒤 귀국 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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