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긴축의 시대'가 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 기조가 자리를 잡을 경우 1300조원 수준의 가계부채 부담이 '폭탄'으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정부와 당국은 다각도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사실상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의미하는 이번 조치로 인해 1300조원 규모의 한국 가계부채 부실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 기조로 들어설 경우 취약계층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긴축의 시대'가 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 기조가 자리를 잡을 경우 1300조원 수준의 가계부채 부담이 '폭탄'으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이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연체율 관리에 나설 경우 고령층‧저소득자 등 취약계층 연체율이 단번에 치솟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등 한계차주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지난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도 가계부채 문제가 무겁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수차례 내놓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부 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는 뉘앙스로 발언했다. 

실제로 정부는 '8‧25 가계부채 대책'과 '11‧3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지는 못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1월말 기준 704조6000억원으로 한 달 새 8조8000억원이 불어나는 기록적인 패턴을 보였다. 

주로 저신용 서민들이 이용하는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더 심했다. 저축은행, 신협 등 비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10월 말까지 올해 들어 39조원이 늘어 지난해 총 증가금액인 29조2000억원을 진작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폭탄'을 사전에 해체하기 위해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고정금리 비중 내년 목표치를 42.5%에서 45%로 상향조정한 것이다. 분할상환 목표도 50%에서 55%로 올려 잡아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자의 이자부담 위험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비율은 현재 41.4%로 선진국 70%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당국은 또한 한계차주의 연체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 TF는 내년 초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 대출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해도 담보권 실행을 현행 6개월보다 뒤로 미루는 방안, 실직이나 휴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차주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 등도 고려 중이다. 연체이자 산정체계 개선방안도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정부가 늦게라도 여러 가지 정책적 대응에 나선 것은 반길 만한 일"이라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현재까지의 부담도 적지 않아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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