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규제 강화돼 타격 불가피…"최고금리 인하도 신경 쓰이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좋은 시절 다 갔다고 봐야죠. 법정 금리까지 인하되면 결국 모두 다 같이 손해를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A저축은행 관계자)

모처럼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권의 표정이 밝지 않다.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가 암울하게 전망되기 때문이다. 세간의 인식은 아직 좋지 않은데다가 법정최고금리 추가인하 조짐까지 보여 업계의 근심이 크다.

   
▲ 모처럼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권의 표정이 밝지 않다.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가 암울하게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디어펜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의 최근 호실적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올해 3분기(1~9월)까지 저축은행 79개 업체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7645억원으로 지난해 4449억원보다 무려 72%나 급증했다. 

현재 저축은행권은 지난 2014년 3분기 190억원 흑자를 낸 이후 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거래자 수를 기준으로 봐도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500만 명을 돌파했다. 작년 말 9.2% 수준이었던 대출 연체율은 올 9월 말 6.9%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산 건전성 지표인 BIS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 역시 14.70%로 지난해 말보다 0.56%p 개선됐다.

업계에서는 2011년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 이전 수준으로 업계의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광고 송출, 중금리 대출 확대 등 마케팅을 위한 여러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표정이 별로 밝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내년부터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이 '은행 수준'으로 대폭 강화된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저축은행 건전성 규제 합리화를 위한 감독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저축은행들이 가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늘리고 있어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내년부터 대출에 대한 연체 판단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2018년부터는 연체 정도에 따라 쌓아야 하는 충당금도 더 늘어난다. 자연스럽게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내년 2분기부터 실적에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국의 규제에 대해서는 의외로 업계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다.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리라는 전망은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건전성 규제의 경우 언젠가는 했어야 할 일이라 생각해 업계 불만이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 이번 규제에 따라 서민들이 어느 정도 피해를 보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축은행들의 비용 부담이 올라가는 만큼 중?저신용자 대출의 문턱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현행 연 27.9%인 법정최고금리를 추가인하 해야 한다는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권은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현 27.9%에서 20%로 낮추고, 이자총액도 대출 원금을 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작년에 최고금리 수준이 내려온 이후 불과 1년 만에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 법안의 1차적인 '타깃'이 저축은행권인 것은 아니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저축은행권에도 여파가 있을 전망이다. 대부업체들이 규제에 의해 금리를 낮추게 되면 그 나비효과가 저축은행에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또 다른 추가규제를 감내해야 하는 저축은행들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난처한 표정을 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작년 (법정최고) 금리인하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이 면밀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몇 가지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왔다는 것만 확인하고 성급한 규제가 도입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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