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PD선두주자, 중국에 포멧수출은 요란한 빈깡통 우려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중국에 20여차례 날아간 김영희PD

PD가 날아 다녀? 그렇다. 한국에는 방송 PD가 이웃나라 여기저기 막 날아다닌다는 플라잉 PD(flying PD)가 있다. 그냥 PD들이 아니라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1박 2일> 같은 히트작을 창안해낸 명 PD들이 그렇게 영화 아이언맨 마냥 엄청 떠다니고 있다. PD가 중국 곳곳을 방문해 프로그램 설계도 격인 포맷(format)을 손수 알려주는 회수가 잦아지고 수출 판매로까지도 이어지자 탄생한 기상천외한 닉네임이다. 참 재미지기도 한 신조어 플라잉 PD. 신통방통하게도 한류 2막을 여는 역군들인 동시에 좀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왜일까?

짧은 기간에 인적 교류와 기술이전 홍길동PD

플라잉 PD는 수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인적 교류와 기술 이전을 실행한다. 플라잉 PD 대표주자인 MBC 김영희 PD는 삽시간에 중국을 20여 차례 오가며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포맷을 전파했다고 한다. 가서 특강도 하고 제작진과 직접 얼굴 맞대고서 문서나 자료만으로 체득하기 힘든 노하우를 전달하려다보니 그야말로 홍길동이 되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대치동 족집게 과외 하듯 신출귀몰한 한국의 기술, 아이디어, 프로젝트 관리 기법을 전수한다.

아시안메이저에서 글로멀메어저로?

플라잉 PD들을 부르는 중국도 정말 대단하다. 주로 베끼던 이들인데 이제 정식으로 수입하고 코치를 자청한 것을 보면 불법복제 옛 챔피언이 맞나 할 정도다. 격세지감도 든다. 한류 걸작 <대장금> 이병훈 PD 말마따나 “70~80년대까지 일본 TV 모방하고 배우기만 했던” 한국 방송 산업이었는데. 새마을운동 지도하듯이 한국 플라잉 PD들이 외국 미디어를 찾아 가르친다니. 학교로 치면 제자가 학위 따기도 전에 교수가 된 격이라고 할까. 하산한 수제자가 도장을 세워 일으킨 무협 같기도 하고. 드디어 우리가 동아시아권 리더? 우리 한국이 그토록 고대하던 아시안 메이저를 먹고 이제 곧 글로벌 메이저가 되는 건가? 아니! 잠깐 조금 만 진정하고 플라잉 PD라고 일컫는 업무상 저작이란 민낯부터 살펴보자. 

   
▲ '아빠 어디가', '나는 가수다' 등의 킬러콘텐츠를 만든 김영희 PD등은 이들 프로그램 포멧을 중국 등 외국미디어에 수출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 플라잉PD들은 한류2막의 역군들이다. 하지만 충부한 법률적, 마케팅적 요인을 검토하지 않은채 포멧수출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요란한 빈깡통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 KBS MBC 등 방송사들이 히트 드라마나 한류콘텐츠를 제작한 유명 PD들에게 제대로 된 인센티브나 물질적 정신적 보상을 해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한류를 제작하는 PD들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메이저로 성장하기위해선 업무상 저작권을 인정해주는 풍토가 필요하다. '아빠 어디가'에 나오는 아빠와 아이들이 농촌마을을 걷고 있다.

드라마대박나도 업무상 저작권 인정못받아

핵심은 미디어기업이 외면해왔던 업무상 저작이라는 이슈다. 업무상 저작 또는 직무저작은 방송을 포함한 한국 미디어산업에서는 불편한 진실이었지만 늘 쉬쉬해왔던 희한한 가면극이다. 특출한 PD들이 <겨울연가>나 <대장금>을 만들어도 인센티브나 보너스와 같은 직무 보상은 묻혔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프로야구 선수처럼 특별대우를 해주고 성공담을 널리 선양하고 도전을 고취시켰을 텐데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은 그렇지 못했다. 시청률 1위를 하고 한류 1등 공신이 되어도 KBS, MBC PD는 그냥 사비로 회식 쏘는 샐러리맨으로 지내 왔다. 어떤 때는 콘텐츠가 대박 날수록 지출이 늘고 유명세도 구설수도 늘어나곤 하는데 회사나 노조가 바람막이 역할마저 못 했다.

<나는 가수다> 방영 초기에 김건모 탈락과 재도전 사태가 빚어졌을 때 담당 PD가 경질되었던 시기 MBC가 꼭 그랬다. 더 적극적으로 사회와 소통하고 자기 식구를 안고 갔었다면 제작진은 마음 든든했을 텐데. 바로 그 <나는 가수다> 창안자가 플라잉 PD 선구자 김영희 PD다. 물론 그는 돌아왔다. 아픔마저 녹여 <나는 가수다>를 성공시켰고 해외 현지 지도까지 하는 국제적 명사가 되었다. 지난 2월 17일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방송 콘텐츠를 이용한 창조경제 분야 대통령 보고도 수행했다. 콘텐츠 전문가가 방송사 CEO가 되어야 한다며 이번 MBC 신임 사장 공모에도 지원했었다.

킬러콘텐츠 제작 PD에 물질적 정신적 보상해줘야

바로 이 부분이고 이 행로다. 한 뛰어난 PD가 해낸 업무상 저작이 적합한 대우와 보상을 받지 못한 후폭풍이기도 하다. MBC에서 킬러 콘텐츠로 기여한 만큼 물질적, 정신적 보상을 받았다면 플라잉 PD는 안 나오지 않았을까? MBC는 콘텐츠 제작이 아닌 일에 PD를 수십 번씩 해외 셔틀 출장 보내는 특이한 경영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포맷 수출 협상이라면 마케터와 법무팀 담당자만 보내도 된다. 플라잉 로여(lawyer)가 알아서 척척 비즈니스 계약을 처리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이런 글로벌 콘텐츠 경영이 미숙하다보니 플라잉 로여나 플라잉 마케터가 아닌 플라잉 PD를 내세운 떠들썩한 무용담만 가득하다. 적어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본다면 플라잉 PD가 하는 포맷 수출은 요란한 빈 깡통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중국에서 플라잉 PD를 통해 어떤 포맷 한 건에 30억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원 포인트 수출에다 저평가에 그친 조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방송 포맷을 건네주는 조건으로 중국 쪽 소재와 시장을 겨냥한 국제공동제작과 같은 파트너십 관계를 논의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포맷 가치평가나 기술이전 계약조건과 같은 가장 핵심적이고 실무적인 과업을 플라잉 PD가 제대로 수행했는지도 사실은 점검해야 한다.

글로벌콘텐츠 수출은 변호사, 마케터에 맡겨야

PD뿐만 아니라 콘텐츠 기획과 개발, 제작과 관련한 다양한 참여자들의 업무상 저작 권리에 대한 보상도 주요 이슈다. <1박 2일>과 같이 고정 출연자들이 기여한 몫이 큰 사례라면 추후 포맷 수출 등으로 얻는 수익 배분도 다뤄야 할 사항이다. 이런 복잡하고 첨예한 경영실무를 플라잉 PD가 도맡아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플라잉 로여나 마케터 말고 PD가 먼저 콘텐츠 셔틀에 나선 것은 아무리 봐도 부실 경영에 가깝다. 업무상 저작, 직무 저작 권리 인정과 보상을 소홀히 해온 미디어 기업이 쉬쉬해온 묵인 같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SBS 예능 프로 <짝>이 출연자 희생이라는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이 사태도 제작진을 업무상 저작 권리를 지닌 핵심 자원으로 대우하지 않은 결과다. 사회문화적 가치도 높고 시청률도 좋은 우수콘텐츠를 만드는 손, 실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우대하고 북돋우려는 회사라면 권리와 책임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 PD가 시청자 영혼을 매혹할 명품콘텐츠를 만들어 충분한 권리와 보상을 누리도록 보장하고 항상 독려해야 한다. 그랬으면 출연자 한 사람 한 점 흔들리는 마음까지도 챙기는 투철한 직업의식과 윤리강령이 살아났을 터이다. 이런 권리와 책임 강조가 곧 일상적인 기업의 임무다. 미디어 서비스하는 콘텐츠 창조산업 핵심 질서이자 선순환 회로이다.

제작일꾼까지 수출 판매에 내모는 것은 달갑지 않아

한류나 플라잉 PD도 좋지만 제작 현장 일꾼들까지 수출, 판매 업무로 거세게 내모는 현상이라면 달갑지 않다. 본업인 콘텐츠에 충실할 여건 조성 대신 단기 업적주의로 닦달하는 조직통제라면 문제다. 우리 미디어산업이 업무상 저작 활동 보상과 책임을 앞으로도 계속 챙기지 못한다면 본업과 현장을 벗어나 떠도는 플라잉 PD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런 특수한 플라잉 PD보다는 한시라도 미디어 소비자들 마음 얻을 궁리만 하는 PD, 그렇게 기본에 충실한 뿌리 깊은 PD들을 더 격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