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사진 상업적 이용은 초상권 침해, 마구잡이 사생활 파기는 신중해야

   
▲ 곽경수 고려대 강사(언론학박사), 전 청와대 춘추관장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아쉬운 은메달 때문에 금메달 획득보다 더 큰 이슈가 되었던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이 끝난 지 보름도 안되어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예보도전문 온라인 매체인 디스패치가 마치 올림픽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3월 6일 김연아의 열애설을 단독 보도했기 때문이다.
디스패치의 보도이후 전국은 김연아 열애설로 떠들썩하다. 온라인은 물론 스타들의 열애설 등에 비교적 냉정했던 오프라인의 종합지들도 모두 이 기사를 비중있게 다루었다. 김연아선수가 온 국민의 관심 대상인데다 또 소속사인 올댓스포츠가 열애설을 인정해 사실로 드러났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디스패치의 김연아 열애설 보도와 관련해 몇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먼저 아무리 스포츠 스타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허락도 없이 이렇게 보도해 공론화시키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두 번째는 디스패치가 이 사진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데 초상권 또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침해는 없는가? 그리고 열애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디스패치의 기자들이 전담팀을 구성해 6개월 동안 김연아 선수를 감시하였다는데 이는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등이다.

공인(유명인)의 프라이버시 vs. 국민의 알 권리
먼저 공인의 사생활 보도와 국민의 알권리 간의 관계다. 공인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며, 공인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는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하나? 우리나라의 저널리즘 역사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고 또 그 경계가 가장 모호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문제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공인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를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잣대는 없다. 다만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공인과 일반인에 대한 사생활 보호 기준이 다르다는 판례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공인의 사생활에 대한 기사를 쓸 때 대부분의 기자는 공인의 사생활보호 보다는 국민의 알권리를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공인의 기준이다. 누가 공인(公人)인가? 공인은 영어로는 Public Figure로 공적 인물, 즉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따라서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이나 장차관 같은 고위 공직자들이 공인이라는 주장에는 이의가 없다. 이러한 공인들의 사생활에 대해 기사를 쓸 경우 기자들은 거의 거리낌을 느끼지 못한다. 혼외 자식 논란이 불거졌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보도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도 공인으로 볼 수 있는가? 요즘에는 방송에 조금이라도 얼굴을 비추면 모두 공인을 자처한다. 음주운전과 같은 불법을 저지른 개그맨이나 가수, 탤런트들은 ‘공인으로서 잘못을 저질러 죄송하다’며 카메라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다. 일부 언론들도 아무 생각 없이 이들을 공인으로 지칭한다. 그러면 이들은 정말 공인일까? 아니다. 이들은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적인 일을 하기에 사인(私人)이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에 일반인과 다르게 취급받을 뿐이다. 영어로는 이들을 Celebrity, 즉 유명인으로 지칭한다.

   
▲ 피겨여왕 김연아선수의 열애설 보도는 공인과 유명인의 사생활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간에 무엇이 우선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파파라치등의 유명인에 대한 보도는 국민의 알권리측면에서 가능하지만, 동영상이나 사진을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 언론들이 알권리를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론 수익사업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어 유명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김연아선수가 열애설이 보도된 후 삼성전자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김연아선수 열애설과 관련한 질문은 사생활 보호에 있어 유명인도 공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가이다. 미국에서는 유명인의 사생활 보도 기준을 공인에 준해서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공인에 대한 사회적 정의에 유명인을 포함시켜 ‘공인이란 공적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 참여하게 된 인물, 또는 미디어에 의해 유명해지거나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유명인의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찍어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파파라치가 존재할 수 있다. 파파라치와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스타들이 신경전을 벌여도 파파라치들은 거의 제재를 받지 않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유명인들은 폭력을 행사하다 경찰의 조사까지 받기도 한다. 이때 파파라치들이 사생활 침해로 고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공적인 장소에서만 사진을 찍는다는 전제가 붙지만.


김연아선수는 엄밀히 말해 공인은 아니지만 -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기간에는 공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 유명인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열애설을 보도한 디스패치의 행위가 유명인의 보도한계에 대한 사회적 용인 범위를 벗어났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꼭 그런 보도를 하여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디스패치에게는 김연아 선수 열애설이 단지 또 하나의 업무상 특종이고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사안이겠지만 김연아 선수 개인에게는 평생을 따라다니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인에 대한 보도사진과 초상권
두 번째 문제는 보도용으로 찍은 사진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합법적인가 이다. 디스패치는 3월 6일자 보도에서 “2014년 올레TV 모바일과 동영상 뉴스 제휴를 맺고 김연아·김원중 열애 데이트 영상 단독 공개를 시작으로,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공동 제작할 예정이다. 김연아·김원중의 영상은 올레TV 모바일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위 보도가 의미하는 바는 보도용이라는 명목으로 사진을 몰래 찍은 뒤 그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 파파라치처럼 상업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김연아의 열애설을 사진과 함께 보도하는 것은 앞서 살펴 보았 듯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용인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이 사진들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게다가 사진들을 편집해 동영상까지 제작해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초상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초상권이란 자신의 초상이 허가 없이 촬영되거나 또는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만일 공공 목적이 아닌 용도로 자신의 초상이 허가 없이 촬영되고 사용되어 권익에 침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2년 서울지방법원이 본인의 동의 없이 사진을 낸 책을 판금한다는 판결을 낸 이후 초상권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디스패치가 보도목적으로 촬영한 김연아 선수 커플의 사진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초상권침해에 해당한다.
 

김연아선수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도 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댓스포츠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아의 사생활을 담은 사진을 영상으로까지 제작한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며 "스포츠선수가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수의 사적인 생활을 해당인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다"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올댓스포츠의 보도자료에는 잘못된 표현이 보인다. 먼저 "김연아의 사생활을 담은 사진을 영상으로까지 제작한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는 "김연아의 사생활을 담은 사진을 영상으로까지 제작해 상업적 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초상권 침해"가 맞다. 그리고 "스포츠선수가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수의 사적인 생활을 해당인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다"는 판례상 위법이 아니어서 유명인으로서 감수해야하는 사항이다.

파파라치 vs. 스토커, 보도윤리
세 번째는 취재윤리에 대한 생각이다. 디스패치는 김연아 선수 열애설을 보도하기 위해 전담 팀을 구성해 6개월 이상 김연아선수를 감시 아닌 감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디스패치의 김수지 기자가 JTBC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김수지/디스패치 기자 : “저희가 약 6개월간 취재를 했는데요. 매일 김연아 선수를 지켜본 건 아니고요. 주요 날짜에 맞춰서 지켜보는 걸로 진행을 했습니다.”

김수지/디스패치 기자 : “100% 연인 관계처럼 보였는데요. 김연아 선수도 데이트를 할 때 김원중 선수에게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하고 다정하고 애틋해 보이는 관계였습니다.”

위의 인터뷰를 보면서 기사 취재를 위해 간헐적이기는 하지만 6개월씩이나 잠복 취재를 하다니 정말 프로정신이 대단하다는 반응도 있을 수 있고, 무슨 대단한 기사를 쓴다고 저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반응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저 정도면 거의 스토킹 수준이 아닌가, 흥신소 직원과 무엇이 다른가, 또 이런 취재방식이 윤리적으로 좀 지나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디스패치 기자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먼저 디스패치의 이번 기사 취재 방식이 물론 스토킹은 아니다. 스토킹은 박문각 사전에 의하면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계속 따라다니면서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특정한 사람을 그 의사에 반하여 편지ㆍ전자우편ㆍ전화ㆍ팩스ㆍ컴퓨터 통신ㆍ선물, 미행, 감시, 집과 직장 방문 등을 통하여 공포와 불안을 타인에게 반복적으로 주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정의 되어있다. 따라서 디스패치 기자가 취재도중 김연아선수에게 나타나 위협했을 리가 없기에 - 오히려 취재하다 들키지 않으려 더 조심했을 가능성이 크기에 - 스토킹은 아니다.
 

그러면 디스패치의 취재와 흥신소의 불륜현장 채증과는 무엇이 다른가? 의뢰인의 부탁을 받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휴대하여 현장을 잡기위해 노력하는 흥신소 직원들이나 카메라를 들고 6개월 동안 김연아선수의 뒤를 쫓는 디스패치 기자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흥신소 직원은 돈을 받고 사익에 공여하는 것이고 디스패치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다는 면에서 명분이 다르다고 항변할 것이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취재를 위해 몇날 며칠을 집에 못 들어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큰 사건이 터지면 기자들은 수사 진행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기 위해, 또 검찰 소환 대상자들의 발언을 듣기 위해 검찰청에서 소위 ‘뻗치기‘를 한다. 이렇게 ’뻗치기‘를 해서라도 취재하는 이유는 그 사안이 시의성·근접성·저명성·영향성 등의 차원에서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 사안이 지금 우리 모두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향후 우리 생활의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자가 확신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디스패치가 보도한 김연아선수의 열애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그렇게 중요한 사안인가? 물론 뉴스가치는 있을 수 있다. 뉴스가치의 사전적 정의는 ‘뉴스란 곧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중요하든지 혹은 흥미로운 사건이나 그에 대한 의견의 시의적 보도’이다. 따라서 연예전문 매체인 디스패치에게 뉴스가치 판단에서 중요성 보다는 흥미성이 더 크게 다가왔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각 기자마다, 각 언론사마다 다를 수 있다. 특히 디스패치와 같은 연예전문 매체의 뉴스가치에 대한 판단은 일반 신문 방송과는 더욱 다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스포츠 스타의 열애와 같은 사생활이 국민들의 생활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단지 일부 국민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목적에는 적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직 일부 국민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 단지 유명인이기 때문에 동의 없이 한 개인의 사생활을 6개월 동안 몰래 추적해 공론화 하는 것이 보도 윤리상 바람직한 것인가. 개인적으로 이런 취재보도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알권리vs. 언론의 상업성
김연아의 열애설 보도와 관련해 위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가 법적 대응을 밝히면서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적인 판단과는 별도로 이번 기회를 통해 언론사들은 관행처럼 굳어진 ‘유명인에 대한 마구잡이식 사생활 뒤집기 방식’의 취재가 과연 최선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유명인의 사생활 보도는 이를 취급하는 매체에게는 단지 업무의 하나일 뿐이지만 당하는 개인에게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 될수도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언론사들은 유명인의 사생활 보도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 우선인지, 아니면 국민의 알권리를 빙자한 수익 극대화라는 상업적 목적이 우선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곽경수 고려대 강사(언론학박사), 전  청와대 춘추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