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예술 도래한지 100년…누구나 예술작품 이용·접근 자유 있어
지난 12월 18일 기타리스트 신중현의 아들인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자신의 sns계정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업로드 하였다. 

TV 보다가 너무 기가 찬 광경을 봤다. 안국역 앞에서 친박 단체들 집회 하고 있는데 이 자들이 '아름다운강산' 을 부르고 있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중략)

그런데 어느 날 청와대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증언에 의하면 청와대가 "각하(박정희)의 노래를 만들라" 라는 내용의 강권을 행했다 한다. 즉 박정희의 찬양가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노래는 만들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이 후 공화당 이라며 다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역시 같은 내용 이었고 만약 만들지 않으면 다친다. 라는 협박도 한다. 그러나 재차 거절했다.

그 이후 아버지의 작품들은 줄줄이 금지곡이 된다. 당시는 '미인' 이라는 노래가 대히트 되어 국민가요가 되었던 시절 이다. 그런데 미인은 갑자기 금지곡이 된다. 뿐만 아니라 김추자가 불렀던 '거짓말' 등 많은 사랑을 받았던 수십 곡이 금지 되었다.

고심하던 아버지, 당시 아버지의 밴드였던 '신중현과 엽전들'의 2집(74년)에 아름다운강산을 수록한다. 이 곡은 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없지만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 이었다. 서슬 퍼런 독재 권력자 박정희의 강권을 거부하고 우리나라를 하나로 아우르는 노래를 만들었지만 이 곡 역시 금지곡이 되었다. (중략)

다른 의견은 철저히 배격 되었던 시대의 외침으로 '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 새 희망을' '~말해야지 ……. 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 이라 한 것이다. 어쩌면 아고라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꾼 것일까. 그래서 이 노래는 유신내내 금지곡이 되었다. 그러므로 박사모, 어버이 따위가 불러서는 안된다.

지난 12월 17일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신중현의 노래 <아름다운 강산>이 집회 참가자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그 사실이 불편하다는 의미의 게시물이었는데, 정확히는 작사, 작곡가인 신중현이 박정희 정권에서 고초를 겪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보수단체가 이를 불러서는 안 된다는 논리의 게시물이었다. 

   
▲ 대중가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해도 노래에 대해 '누군가는 불러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신중현 씨의 '아름다운 강산'도 마찬가지다./사진=뮤직스코어 악보가게 '아름다운 강산' 샘플


신중현씨 본인이 그 시대에 고초를 겪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 맞고, 이러한 역사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노래를 부를 자격과 노래를 부를 사람들이 결정되어 있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떤 논리인가?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와 작사가는 “이 노래는 어떤 사람들만이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불러서는 안 된다.”는 목적 하에 노래를 만들었을까?

그러한 목적이 있는 노래라면 그 노래는 대중가요가 될 수 없다. 대중가요의 의미가 무엇인가? 국어사전만 제대로 봐도 알 수 있다. “널리 대중들이 즐기어 부르는 노래. 일반 대중의 흥미를 위주로 한 노래.” 이것이 대중가요의 의미이다. 많은 대중들이 부르기 때문에 대중가요인 것이다. 신대철의 표현대로 “~~~한 집단 따위가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는 대중가요가 아니다. 
  
대중가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해도 노래에 대해 “누군가는 불러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영국 보수당을 상징하는 노래라 알려진 <위풍당당 행진곡>(Pomp and Circumstance)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Sir Edward Elgar)는 영국의 공산주의 운동과 좌파사상을 비판하는 작곡가로 유명했으나 그의 노래인 <사랑의 인사>나 <위풍당당 행진곡>은 지금 좌우를 막론하고 사용되며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좌파 정당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에서 만드는 팟캐스트(Podcast) 방송의 오프닝으로도 사용된 바 있다.

그렇다고 에드워드 엘가의 유가족이 비난하거나 비판한다고 이 노래를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에드워드 엘가의 사상과 나의 사상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그 노래를 들을 자유까지 박탈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편협한 사고에서 나오는 비논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상상조차 불가능 하다. 
 
미학이나 예술이론에서 이야기하는 대중예술의 시대가 도래한지 100년이 넘었다. 모두가 예술을 공유하고, 예술 작품을 논하거나 이용하는데 있어,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누구나 그 예술을 이용하는데 제한을 받거나 비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중예술 시대의 예술에 대한 접근법이다.

이것이 예술의 자유고, 창작의 자유다. 그런데 저작권자 혹은 창작자 본인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데, 그의 아들이 함부로 “당신들은 예술작품을 향유할 자격이 없다. 예술작품을 이용하지 말라”는 식의 비난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서 예술의 자유가 존재하는 사회의 모습인지 의심스럽다. /김동현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예술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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