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기존 고객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사실만이라도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씨티은행 관계자)

씨티은행이 도입하려고 하는 '계좌유지수수료'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수료수익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라는 게 씨티은행의 설명이지만 여론의 경계심은 여전하다. 비대면 보편화 등 은행권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려는 씨티은행의 '실험'이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 씨티은행이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을 검토 중이다. 박진회 은행장(사진)이 지난 1일 수수료 도입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씨티은행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 지난 1일 문을 연 청담센터 개관식에서 박진회 은행장이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을 공식화했기 때문. 

박 은행장은 "디지털 뱅킹으로 고객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 달라"며 "사회 취약계층은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씨티은행 측은 수수료 부과 대상을 '신규 고객'으로 한정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수익추구 관점이라기보다는 첨단 금융시스템으로 고객들을 유도하기 위한 방침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계좌유지수수료의 도입 시기는 내년 3월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씨티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 도입계획을 보면 면제방법이 워낙 많아 실질적인 부담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일단 금융지식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은 노년층이나 어린이‧청소년 고객에게는 계좌유지수수료가 면제된다.

중장년층 성인 고객이라 해도 '기존고객'에게는 계좌유지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도입 이후 새롭게 계좌를 만드는 고객이, 그것도 창구를 이용했을 때 그 달에 한해서만 수수료가 부과된다. 최근 일반 성인고객 가운데서는 은행 앱이나 ATM을 이용한 은행거래가 이미 활성화 돼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빠져나갈 구멍'이 아주 많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티은행이 굳이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하려는 이유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로 신규고객들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부터 씨티은행과 관계를 맺는 새로운 고객들과는 새로운 방식으로 거래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이 공식화된 자리가 지난 1일 청담센터 개관식이었다는 점도 이해가 된다.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의 건물 전체를 최첨단 금융시스템으로 무장시킨 청담센터에는 온갖 첨단 스마트기술이 가득하다. 특히 1층에는 은행 창구 대신 스마트 기술을 결합한 미래형 금융 공간 '스마트존(Smart Zone)'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계좌유지수수료는 '첨단 비대면 거래'로 신규 고객들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에 불과해 보인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수수료 수익 극대화' 비판 또한 온당치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애초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도입하는 수수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건은 계좌유지수수료가 도입되는 내년 3월까지 이와 같은 내용을 여론에 확산시키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련의 논란에 대해 "취지를 알고 보면 은행 쪽 입장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다"면서 "씨티은행의 실험에 많은 은행권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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