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함에 따라, 수사 대상인 주요 대기업의 경영차질이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 지난 12월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이 의원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특검팀은 지난 21일 대치동 한 빌딩에서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수사 시작을 알렸다. 대기업의 K스포츠·미르재단 자금제공, 최순실씨 딸 승마지원 등과 관련해 뇌물죄 입증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이 삼성그룹, SK그룹, 롯데그룹을 우선 수사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 등 최순실 특검 본격화에 경영차질 불가피

우선 사장단·임원 인사를 비롯해 연말 행사를 대부분 연기한 삼성은 그룹 전체에 걸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낸 것과 함께 최씨 일가를 개별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삼성으로서는 특검 수사의 칼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특검팀은 삼성전자가 승마 선수 지원 명목으로 최순실의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거액을 제공한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전망이다

SK그룹은 특검 조사가 현실화 되더라도 K스포츠·미르재단에 뇌물성 자금을 준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이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과 무관한 출연금이라고 일관된 입장이다.

지난 2월 SK그룹이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의 추가 출연 요청을 받았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된 것과 관련해서도 실제로 K스포츠 측에 건너간 돈이 없다는 사실을 들어 특검 조사에서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도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특검 수사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는 이미 신동빈 회장 등이 검찰의 잇단 수사와 국회 청문회 등을 거치며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한 만큼 특검 수사에서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 이상의 새로운 혐의가 불거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특검이 이번 사건에 대한 근원적 시각으로 바꾼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려야하는 만큼 삼성, SK와 마찬가지로 긴장 가운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 SK, 롯데에 대한 특검 수사가 예고되면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고, 심지어는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 불확실성 능동 대처…쇄인인사 통해 사업재편 탄력  

SK그룹은 21일 사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조대식 SK㈜ 사장을 선임하는 등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변화∙혁신을 선도할 경영진을 전진 배치하고, 그룹 내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최적화되도록 재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대부분의 위원장이 교체되고, 주요 관계사에는 사업개발이나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전문경영인들이 CEO로 내정되는 등 당초 예상과 달리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됐다.

우선 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에는 의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의장 후보로 추천된 조대식 SK㈜ 사장이 만장일치로 선임됐다. 

조 신임 의장은 지주회사인 SK㈜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신약개발과 의약품생산, 반도체소재 등 신규 성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관계사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주도해 왔다.

조 의장은 또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새롭게 신설되는 전략위원회 위원장도 겸직키로 했다. 전략위원회는 관계사간 협력을 강화해 그룹의 신성장엔진 확보 및 성장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처럼 그룹의 신규 포트폴리오 발굴에 성과를 보인 조 의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신설된 전략위원장까지 맡게 됨에 따라 그룹 전체가 성장체제로 탈바꿈했다. 이른바 ‘따로 또 같이 3.0’ 체제 3기 출범이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주력 관계사의 CEO를 대부분 젊은 인물로 교체하고, 변화∙혁신 가속화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했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 사장에 김준 SK에너지 사장을, SK텔레콤 사장에 박정호 SK㈜ C&C 사장을 보임했다. 1사2체제로 운영돼 온 SK㈜ 홀딩스와 SK㈜ C&C는 통합 CEO 체제로 운영키로 하고,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을 내정했다.

CEO 승진은 모두 5명으로, SK네트웍스 사장에 같은 회사의 박상규 워커힐 총괄이, SK해운 사장에는 황의균 SK건설 Industry Service부문장이, SK가스 사장에 이재훈 Global사업부문장이, SK루브리컨츠 사장에 지동섭 수펙스추구협의회 통합사무국장이, SK플래닛 사장에 서성원 사업총괄이 각각 승진 보임됐다. SK에너지는 김준 사장이 겸직한다.

부회장 승진도 2명이 나왔다. SK하이닉스 박성욱 사장이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 및 실적 개선에 대한 공로를, SK건설 조기행 사장이 체질 개선 및 흑자 전환 공로를 각각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7개 위원회는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소수 정예화하기로 했다. 에너지∙화학위원장에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ICT위원장에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인재육성위원장에 서진우 사장, 사회공헌위원장에 최광철 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글로벌성장위원장(유정준 SK E&S 사장)은 유임됐다.

이밖에도 SK그룹은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 61명, 신규선임 103명 등 총 164명의 승진인사도 단행했다.

정국 불안에 불경기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말을 맞아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재계의 온정은 계속되고 있다.

   
▲ LG는 연말을 맞아 19일 서울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관에서 이 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 120억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하현회 LG 사장(왼쪽)이 허동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게 성금을 전달한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연말 나눔경영 활발…기부행렬 속속 동참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은 기업의 경영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년과 같은 성금 규모를 유지, 나눔경영을 실천하는데는 주저하지 않고 있다. 

연말을 맞아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모금회에 성금을 낸 곳은 LG그룹이다. LG그룹은 지난 19일 하현회 ㈜LG 사장이 이웃사랑 성금으로 지난해 기탁 액수와 같은 120억원을 전달했다. LG의 기탁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20도를 넘기게 됐다. 

'사랑의 온도탑' 온도계는 목표액의 1%가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상승하는데 올해는 어수선한 정국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온도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인 20일에는 삼성그룹 윤주화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등이 모금회에 500억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삼성은 5년 연속 국내 대기업 중 최대 규모인 500억원을 냈다.

삼성은 199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을 기탁해 왔으며 올해까지 누적 기탁금은 4700억원에 달한다.

21일에는 GS그룹이 지난해와 같은 액수인 40억원을 모금회에 기탁했다. GS는 성금 기탁과 별도로 계열사별로 임직원 자원봉사와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해왔다.

GS칼텍스는 올해 500여명의 임직원이 전국 각지에서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해왔으며, GS리테일은 2012년부터 대한적십자사와 손잡고 '희망나눔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같은 날 효성그룹도 조현준 사장이 모금회를 직접 방문해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지난해와 같은 액수인 10억원을 전했다. 

22일에는 SK그룹이 120억원을 모금회에 기부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액수의 성금을 낸 바 있는 SK는 1999년 공동모금회 연말집중모금캠페인에 첫 기부를 시작한 후 매년 이웃사랑 성금을 기부해오고 있다.

이 외에도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 다른 대기업도 연말연시를 맞아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며 기부 행렬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은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작년에는 현대차가 250억원, 롯데가 70억원, 한화가 30억원을 기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