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및 이면합의 개정여부, CEO경영평가와 성과급 연계해야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1년 전쯤이던가, 지인 한 명이 공기업의 복지혜택이 너무 과하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자기 친구의 호화복지가 우리 세금에서 나가는 것 아니냐면서.  최근에 만난 그 지인은 다시 그 공기업의 분위기를 전했다. 각종 혜택지원이 중단돼 직원들이 한껏 풀이 죽었다고 한다. 자녀 한 명당 연 100만원의 도서비, 가족의료비 상당부분 지원, 제과티켓 등 그동안 소소하게 누렸던 혜택들을 박탈당해야하니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오죽하랴. 심지어는 공기업개혁 때마다 눈치 보느니 차라리 민영화가 낫겠다고 말한단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민영화 조건은 현재의 임금과 복지혜택은 그대로 승계하는 것일 터지만. 그야말로 배부른 하소연이다.

퍼주기 공기업 복지, 갈수록 더해 

공공기관의 과다한 복지혜택이 정권마다 감초처럼 도마에 오른다. 그럼에도 복지수준은 낮아지기는커녕 부러움을 살 정도로 좋아진다. 이러한 복지혜택들은 거의 노사 단체협약의 산물이다. 과도한 휴가, 안식년, 학자금-주택자금 지원 등 노조는 ‘희망사항’을 단협에 담고, 무능한 경영진은 희망사항 목록에 도장을 찍는다. 그러니 단체협약 내용이 정상일 리 없다. 지난해 기재부가 295개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단협 사례를 수집한 결과, 과도한 복지혜택은 기본이고 노조의 인사-경영권 간섭, 고용세습, 복수노조 불인정 등 정부 지침마저 어긴 내용이 수두룩했다. 무려 전체 공공기관의 40%가 ‘엉터리 단협’을 체결했다.

문제는 드러난 단협 내용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노사가 ‘짜고 치는’ ‘짬짜미’ 이면합의는 공기업 직원의 임금-복지를 늘리는 비밀수단으로 통한다. ‘단협은 맛 배기’고 ‘이면합의가 알짜배기’라니 그동안 개혁은 안 하고 ‘특혜 감추기’ 능력만 키웠나보다. 정부도 이면합의 문제를 공기업 개혁의 단초로 삼고 있다. 정부의 이면합의 자진신고 촉구 후 일단 전체 20%인 62곳이 ‘알리오’에 이면합의 내용을 공시했다. 자사주 무상지급, 콘도회원권 추가 구입 등 그들만의 숨겨진 복지잔치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 공기업개혁의 핵심은 과도한 퍼주기식의 임단협과 이면합의를 파기하는 데 있다. 정부는 공기업 임단협과 이면합의의 개정여부를 기관장의 경영평가와 성과급에 연계시켜야 한다. 시민단체가 공기업 개혁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열고 있다.

공기업 경영진 배임 책임 물어야 한다는 강경론도

상황이 이 정도니, 공공기관 경영진에 배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순히 부채율이 높아서 적자가 많아서의 문제가 아니다. 과잉복지를 승인-방조해 경영에 치명타를 입히고, 국민세금을 부당하게 임직원 복지비로 사용한 것은 범죄행위라는 주장이다. 용인시 주민들이 경전철 문제로 전현직 시장-공무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듯이, 터무니없는 이면합의를 만든 공공기관 경영진에게도 국민을 대신해 정부가 그 배임 책임을 지워야 함은 당연하다.

그래서 공공기관 CEO가 누구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전문성과 자격을 갖춰도 노조의 요구에 쉽게 굴복하거나 자리보전에만 연연한다면 곤란하다. 또한 관련 전문성도 없이 그저 공공기관 이력을 정치발판으로 삼으려는 사람도 적합하지 않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로 비난받은 건 바로 모범적 CEO가 드물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몇몇 기관장들이 출사표를 내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으려면 자격 없는 인사를 내려 보내는 ‘낙하산 파티’도 끝내야 한다.

낙하산 공기업 CEO, 노조에 쉽게 굴복

사실 공공기관의 복지혜택, 단협, 이면합의, 낙하산 인사 문제는 중앙정부에만 있는 건 아니다. 지방공기업은 사각지대 속에 숨어 더 심각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공기업 노-사 단협 내용은 정부지침을 어긴 것은 물론이고 불합리한 조항들이 허다하다. 거의 중앙 ‘형님’의 나쁜 관행을 고스란히 베껴왔다고 할 정도다. 연차수당 지급, 안식년제, 퇴직자 위로관광, 해외연수 뿐 아니라 기업 조직개편 간섭, 구조조정 때 사전협의, 비정규직 채용 제한, 복수노조 불인정, 자동승진, 고용세습 등이다.

특히, 고용세습은 독소조항이라 볼 수 있다. 지방공사의 30%, 중앙 공공기관의 19%가 일자리대물림을 단협이나 인사규정에 명시해뒀다. 그러니 ‘신의 가족도 질투’할 공기업이지 않은가. 약자를 보호하는 척, 핍박받는 노동자인 척 해왔던 공기업 노조가 특권계층의 울타리를 스스로 만든 격이다. 또한 사측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려면 업종-기간 등을 노조와 사전협의해야 하고 조합원의 업무를 파견-임시근로자로 대체할 수도 없다. 노조의 밥그릇, 잇속 챙기기에 진짜 약자들을 희생시키는 이율배반이다.

일자리 대물림도 성행, 특권계층 울타리 만들어

더군다나 일자리대물림은 노조파워가 강한 민간기업조차 폐지하고 있다. 법원도 지난해 5월 현대차 고용세습 단협이 사회정의와 사회통념에 반한다며 무효라 판단했다. 그럼에도 많은 공공기관이 여전히 고용세습을 단협과 인사규정에 버젓이 끼워뒀다. 취업 바늘구멍에 시름하는 우리 청년들이 공정한 취업기회를 박탈당하고 ‘빽’ 없는 서러움까지 겪고 있다.

그렇다면 공기업 개혁의 핵심은 노사 임-단협과 이면합의 중 터무니없는 내용을 개정하는 일일테다. 하지만 노조의 저항이 만만찮다. 38개 공공기관 노조가 경영평가를 거부하고, 양대 노총과 공공기관 노조는 단협 자체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급기야 304개 공공기관 노조가 동시 임-단협 전략까지 들고 나왔다.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대규모 집회와 총파업이라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연대투쟁도 생각하는 모양이다.

노조가 자진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단협을 규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단협이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지침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노사간 밀약인 이면합의도 실사 확인에 어려움이 있긴 마찬가지다.

비정상화의 정상화 궁극 해결책은 민영화

공기업 개혁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해결책은 궁극적으로 민영화다. 현재는 겨우 공기업의 비정상 관행을 뜯어고치려 칼만 꺼내들었을 뿐이다. 작년 말 철도노조 불법파업을 시작으로 노조의 개혁거부 움직임은 점차 거세진다. 하지만 이미 공공기관 노조의 임금, 복리후생 문제와 고용세습 등에 국민들의 공분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부는 임-단협 및 이면합의 개정여부를 경영평가와 성과급 지급에 연동시켜 공기업 개혁의 물꼬를 터나가야 한다. 여기서 뒷걸음친다면 향후 공기업 개혁은 시도하기도 힘들 뿐더러 공공노조에게 빗겨갈 통로와 방패, 꼼수, 지원세력만 만들어줄 것이다. 공공개혁을 늦출 어떠한 명분도 이유도 없다. 공공기관 노조와 협조하는 세력이나 정치권은 ‘반개혁세력 꼬리표’를 달고 다닐 각오를 해야 한다. 이제 공공노조의 배부른 하소연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