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두번 울려…반대한민국 정서의 농락에 춤추는 언론
   
▲ 이용남 청주대 영화학과 객원교수
'진실'이 아닌 편집증자의 '체계적 망상'

네티즌 '자로'는 편집증자일 가능성이 높다. 편집증(paranoia)은 만성의 체계적 망상을 가진 망상장애다. 편집증자는 불안 속에서 대상을 의심하고, 망상을 통해 의심의 증거를 찾는다. 어떤 대상이든 의심하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한다.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Richard Hofstadter)는 『미국정치의 편집증적 스타일』에서 편집증을 음모론과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했다. 음모론의 내면은 '편집증'이며, 편집증의 표현양태는 '음모론'이다. 또한 그는 음모론자를 "증오에 휩싸인 편집증자"라고 불렀다.

서강대 전상진 교수는 『음모론의 시대』에서 "편집증자는 '극단적 의심', '박해망상', '자기맹신'의 성향을 보인다. 여기에 더하여 음모론자는 증오에 차 있다. 일단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의심한다. 자신의 망상적 세계를 뒤엎는 '합리적' 증거가 밝혀져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증거 자체가 '오염'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블로그 <자로의 꿈>에 올라온 '자로이야기'의 글들을 읽어보자.

"이 모두가 부정선거로 당선된 그녀(박근혜 대통령, 필자 주) 덕분입니다."
"뉴스타파…제 마음속 넘버원 언론사입니다."
"김지영 감독님과 김어준 총수님에게 진심으로 지지와 격려의 마음을 보냅니다."
(김지영 감독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명예훼손 판결을 받은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감독, 필자 주)
"미친 김감독님(김지영 감독, 필자 주)과 함께 한 배를 타게 되어 영광입니다."
(김지영 감독은 김어준이 제작하는 세월호 다큐멘터리 <인텐션>을 제작 중, 필자 주)
"알 수 없는 세력이 저를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일들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저의 익명 활동에 대해 비판하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해줬나요? 제가 만약 부당한 불이익을 받게 되면 당신이 저를 도와줄 건가요?"
"영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파장과 위험으로부터 도망가려 하는 저 자신을 다잡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절대 자살할 마음이 없습니다."
"한겨레TV 김도성PD가 만든 부정선거 다큐멘터리 <독재 1.9>가 장안의 화제입니다. 다큐멘터리의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도 나온답니다. 제 이름을 걸고 강력 추천합니다."
"저는 진실을 봤습니다."

   
▲ <세월엑스>의 핵심은 진실이 아니다.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세월호 음모와 선동을 통한 대한민국 흔들기이자 태블릿PC 조작 의혹에 물타기이다. /사진=JTBC 캡처

'자로'의 글들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그는 정부와 사회에 대한 '극단적 의심', 신변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박해망상', 자신만이 정의이고 진실이라는 강한 '자기맹신'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나꼼수,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좌파언론 등을 통해 반(反)대한민국 정서와 증오를 키워왔다. 그의 편집증적인 의심은 체계적 망상으로 이어졌다. 체계적 망상이 만들어낸 오해와 착각은 맹신으로 발전했다. 맹신의 스타일은 '편집증'이고, 담론의 구조는 '음모론'이다.

정리하자면 네티즌 '자로'는 좌파언론의 맹신자다. 맹신은 세월호 침몰 원인의 합리적 증거를 의심하고 불신하게 만들었다. 삐뚤어진 의심과 불신으로 세월호 침몰 원인이 '군 잠수함 충돌'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세월엑스>는 합리적 추론이 아닌 편집증자의 체계적 망상이 만든 음모론이다. 이는 슬픔에 빠진 세월호 유가족을 두 번 울리는 최악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다.

러닝타임에 진실이 있다.

<세월엑스>는 새로운 접근이 아니다. 러닝타임이 8시간49분인 이유는 기존에 발표된 영상, 사진, 보도 자료들을 총망라하여 짜깁기 한 이른바 잡탕영상이기 때문이다. 짜깁기 영상이다 보니 장면과 장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잡탕영상이다 보니 주제를 명료하게 형상화 시키지 못하고 사족만 툭툭 제시할 뿐이다.

긴 시간동안 '진실'은 없고 '망상'만 있다. 자연히 영상의 진행에 호기심을 갖고 몰입하기가 힘들다. 아마추어의 진실놀이에 속아 8시간49분짜리 자위행위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필자의 8시간49분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심리학자 이철우는 음모론의 심리를 "긍정적 피드백" 현상이라고 말한다. "긍정적 피드백"이란 자기 가설에 부합하는 사실만 채택하고 맞지 않은 것은 버리는 심리행태를 지칭한 것이다. '자로'는 긍정적 피드백만 한 것이다.

거짓 선동에 속지 마라. 러닝타임에 진실이 있다. 만약 '자로'가 언론을 통해 주장했던 명확한 진실이나 근거가 존재했다면 대중성 확보를 위해 1시간30분에서 2시간 이내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했을 것이다. 그래야 영화관이나 방송국에서 상영이나 방영이 될 수 있다. 상영이나 방영이 되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이나 시청을 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한 진실을 인식해야 '자로'가 떠드는 세월호 진상 규명의 재시작을 하든 말든 할 수 있다. 그것이 기본이고 상식이다.

'자로'가 말하는 진실도 밝히고, 작품으로도 인정받고, 그 대가로 상품화에 성공한다면 수익금으로 진상 규명의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보통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리 도전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자로'는 하지 않았을까.

예술가 정신을 가지고 플롯이 없는 아방가르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제작비가 없어서일까? 제작비 문제라면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프로젝트 부(Project 不)' 소셜 펀딩으로 받은 20억 원이 있으니 해결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 왜 '자로'는 하지 않았을까. 바로 <세월엑스>는 애초에 진실 없는 음모론이자, 하나의 선동 동력이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집단창작의 산물이다.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소설 『프라하의 묘지』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어 "어떤 음모를 폭로하는 문서를 만들어서 팔아먹으려면 독창적인 내용을 구매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구매자가 이미 알아낸 것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만을 제공해야 한다. 사람들은 저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을 믿는다. 음모론의 보편적인 형식이 빛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라고 설파한 대목은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정리하자면 '자로'는 <세월엑스>를 통해 새로운 진실을 규명하거나 합리적 추론을 전개한 것이 아니다.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세월호 관련 음모론에 망상의 사족을 단 것뿐이다. <세월엑스>는 음모론 자료만을 집대성 시킨 백과사전이다. 다큐멘터리라고 명명하기에 민망한 음모론 데이터베이스이자 선동영상일 뿐이다.

   
▲ <세월엑스>에 놀아나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이 개탄스럽다. 지난 25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로 신원을 가린 진실 앞에 당당하지 못한 '자로'를 출연시켰다. /사진=JTBC 캡처

망상의 농락에 춤추는 언론

<세월엑스>에 놀아나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이 개탄스럽다. 지난 25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로 신원을 가린 진실 앞에 당당하지 못한 '자로'를 출연시켰다. 이미 국방부에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일축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잠수함 충돌이라는 음모론을 방영하면서 대한민국 사회를 또 다시 혼란에 빠뜨렸다.

이제 JTBC를 선봉대장으로 좌파언론들은 계속해서 뉴스를 생산할 것이고, 생산된 뉴스는 SNS를 통해 전파되고, 동조하는 증언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를 수단으로 진상규명을 외치는 단체들이 정부를 공격할 것이다. 이것이 반(反)대한민국세력이 사용하는 사회분열 선동전략이다. 벌써 박원순 시장이 영상 공개와 보조를 맞추며 "새 특조위 구성해 원점 검증해야"한다고 설레발을 치는 중이다.

<세월엑스>의 핵심은 진실이 아니다.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세월호 음모와 선동을 통한 대한민국 흔들기이자 태블릿PC 조작 의혹에 물타기이다. 만약 '자로'가 주장한 잠수함 충돌이 직접 원인이라면 지난 1년 6개월 동안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60억 원의 국민혈세를 낭비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위원장 1억6500만 원, 상임위원 1억5000여만 원 연봉을 받으면서, 동호회 지원비용 720만 원, 생일기념비용 655만 원, 전체 직원들에게 3800여만 원의 가족수당과 7500만 원 규모의 명절휴가비를 제공받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이냐. 위원회 인원 모두 직무유기로 고소하고, 당시 증언했던 관련자 모두 위증죄로 고소해야 한다.

또한 '자로'는 네티즌보다는 오마이뉴스 객원기자에 가깝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독자들에게 원고료를 받는다. <세월엑스>는 12월 27일 오후 1시 기준으로 5,830,000원의 원고료를 받았다. 직장인인 그에게 원고료는 짭짤한 부수입원이다.

천안함도 잠수함, 세월호도 잠수함. 왜 끊임없이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왜 끊임없이 유가족을 괴롭히는가. 왜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흔드는가. 이것이 재미있는가. 검증되지도 않은 한 편집증자의 농락에 언론들이 춤을 춘다. 병신년답다.

망상은 절대 진실이 될 수 없다. 진실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독일 속담에 “죽은 물고기만이 물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고 강을 따라 떠내려간다.”라는 말이 있다. 음모론의 물살에 쓸려 내려가는 죽은 물고기는 되지 말자. /이용남 청주대 영화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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