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어떤 교황?…외유내강·청렴강직

 
8월 한국 땅을 밟는 프란치스코(78) 교황은 지난해 3월 선출됐다. 11억 인구의 가톨릭교회 수장임에도 선출 직후부터 소탈하고 격의 없는 면모로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콘클라베를 마치고 신자들에게 첫 축복을 내리기에 앞서 신자들의 기도를 청했고, 기존의 교황 숙소였던 교황궁 대신 콘클라베 기간 머물렀던 성녀 마르타의 집을 거처로 정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뉴시스
 
지난해 7월 브라질 세계청년대회 기간에는 방탄차가 아닌 무개차를 이용했다. 바티칸을 찾은 젊은이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으며 12월17일 생일을 맞아 로마의 노숙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12월1일에는 노동자 신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젊은 시절 술집 문지기, 화학실험실 조수로 일했던 과거를 공개해 친근감을 더했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세계의 신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교황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수요일 일반알현과 일요일 삼종기도 연설은 교황청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언론매체들은 영상과 텍스트 기사로 그 내용을 전달한다. 
 
교황의 한 마디는 트위터 계정으로, 교황청 매체들도 페이스북으로 교황 강론과 소식들을 기사와 사진, 영상들로 전달한다.
 
병자들을 끌어안고 어린이들과 어울리는 교황의 모습은 우리나라 TV의 지구촌 뉴스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소탈한 언행과 쉽고 마음에 와 닿는 메시지가 SNS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교황은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위 시절부터 바티칸 교황청은 로마에 있는 교황의 메시지를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세계에 전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디지털 매체에서 드러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활약은 베네딕토 16세 교황 시절에 준비된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호한 개혁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26일 교황은 바티칸 은행의 모든 활동을 조사하고 보고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7월11일에는 ‘자금 세탁, 테러자금 조달, 대량 살상무기 확산의 예방과 근절을 위한 자의 교서’를 발표하면서 이를 실천할 기구로 ‘금융안정위원회’를 꾸렸다. 
 
12월 금융안정위원회는 회계 컨설팅 회사 경쟁입찰을 해 다국적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컴퍼니와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재무행정 컨설팅회사인 KPMG와 계약하고 대외창구 효율화와 국제기준에 맞는 회계처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달 24일 교황청 재정을 총괄할 경제사무국 신설을 발표했다.
 
 아동 성추행 사태에 대한 대처도 힘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인 추기경 회의에 참석한 숀 오말리 추기경은 “교황청은 평신도와 종교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 성직자 행동강령 정비, 예비 성직자들에 대한 심사 강화 등을 비롯한 새로운 성추행 근절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주최 청문회에는 교황청 대표로 시바노 토마시 대주교와 찰스 스치클루나 주교를 파견했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선출된 지 1개월 만에 교회 개혁을 논의할 8인의 추기경 자문단을 발표했다. 자문단 구성은 콘클라베에서 나온 제안을 수렴한 결과로 전해진다.
 
 명단은 대륙별로 1명씩 선발한 추기경들과 바티칸 시국 총리 추기경으로 구성됐다. 8인의 추기경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올해 2월 회의를 했다.
 
 또 교황은 ‘가정’을 주제로 올해 10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를 열기로 하고 동성결혼과 이혼, 피임 등의 사안에 대한 지역 교회의 사목 현황과 신자들의 인식을 묻기 위해 세계 주교회의와 교구에 취지문과 설문조사 문항을 보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각국은 설문 결과를 모아 교황청에 제출한 상태다. 지난달 20~21일 추기경 회의도 가정을 주제로 열렸다.
 
 세계 평화와 종교 간 화합에도 앞장서고 있다. 교황은 취임 직후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 일반알현과 삼종기도 강론을 통해 세계 곳곳의 갈등과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호소했다. 
 
 지난해 5월3일 레바논의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을 만나 “레바논 등 주변국으로 도피한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6월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의 참가자들에게도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9월7일에는 세계 교회와 함께 ‘시리아 평화를 위한 금식과 기도의 날’을 지냈다. 지난 2일 삼종기도 후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분위기를 촉진해 줄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이슬람과 화합을 위한 노력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3월27일 주님 수난 성목요일 미사 때 교황이 발을 씻긴 12명의 소년범 중에는 모슬렘도 2명 있었다. 같은 해 7월 교황은 취임 원년을 맞아 이슬람교의 축제인 라마단 파재절 경축 메시지를 본인의 명의로 발표했다. 해당 메시지를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이 발표하던 관례를 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