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운영·자립 경제·소통과 나눔 실천…마을주민 일상을 바꾼 기적 복지관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는 매년 국민통합 우수사례를 발굴·전파하기 위하여 전국 지자체와 민간단체 등에서 추진하는 국민통합 활동사례 중 우수사례를 선정하여 국민통합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와 분위기 확산을 꾀하고 있다. 그 성과물로 2016년 '국민대통합위원회 우수 사례집'이 발간됐다. 사례집은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취재하여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미디어펜은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우수사례 원고를 매주 1회(목요일), 총 25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1]주민의 힘으로 만드는 복지- ⑤광주광역시 광산구/복지관이라 쓰고 마을이라 읽는다 '더불어樂노인복지관'

마을 주민 모두 더불어 즐기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운영하는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이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자치 운영, 자립 경제, 소통과 나눔'이라는 세 가지 철학의 기치를 내걸고 변화를 모색한 결과, 평범한 복지시설이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가 함께 즐기고 나누는 모두의 장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어르신들을 복지관의 운영 주체로 세우고 그분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움으로써, 새로운 삶의 의욕을 찾고 지역의 참 어른으로서 우뚝 서게 했다. 마을 주민 모두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 더불어樂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의 합창 모습.

복지관에서 마을공동체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는 이름도 성격도 남다른 복지관이 하나 있다. 바로 더불어樂노인복지관! 언뜻 보면 노인복지관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지관이라기보다는 마을 사람들의 아지트이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동네 꼬마 녀석들, 중·고등학생들, 젊은 엄마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어르신들도 그저 조용히 왔다가 돌아가는게 아니라 신바람 나게 복지관을 운영하거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또 함께 일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도대체 이곳의 정체는 무엇일까?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은 원래 평범한 복지관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0년 말 어느 날 갑자기 대대적인 변화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광산구 복지시설지원단의 엄미현 단장(더불어樂노인복지관장)은 이 특별한 복지관의 탄생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2010년 복지관을 위탁·경영하던 법인이 손을 뗀 후 구청에서 직접 운영하게 되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단순히 노인만을 위한 복지관이 아니라 마을주민 모두의 활동공간이자 공동체의 거점으로 새롭게 만들어 가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복지관의 이름도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이라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변화를 위한 변화는 아니었다. 여기에는 어떤 방향으로 복지관을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과 고민을 거쳐 도출한 철학과 비전이 담겨 있었다.
"어르신들이 주변인이나 소극적 수혜자가 아니라 복지관의 주인으로서 서야 합니다. 어르신들이 복지관 운영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어르신들의 잠재된 역량과 일하고 싶은 욕구를 해결해 드리는 일터이자 경제적 자립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일부 사람만을 위한 복지시설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복지관이자 소통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논의에서 나온 것이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의 기본적인 3가지 운영 방침인, 자치 운영, 자립 경제, 소통과 나눔이다.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은 이러한 철학을 품고 새로운 변신을 추진해 나갔다.

   
▲ 더불어樂카페 참여 어르신들.

어르신들의 자치 운영, 자립 경제

가장 큰 변화라면 역시 복지관의 가장 주된 대상인 어르신들이 복지관을 운영하는 주체로 우뚝 섰다는 점일 것이다. 바로 ‘자치 운영’의 실현이다.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의 마니아가 된 한 어르신은 이렇게 말하며 즐거워했다.

"예전에는 그냥 노인복지관이다 보니 노인들만 와서 밥 먹고, 얘기하고, 장기 두고, 한숨 자다 돌아가는 게 다였는데, 이제는 우리 노인들이 직접 나서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북카페도 만들고 손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도 만들게 되어서 기뻐요. 이제는 누가 해 주는 것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 회의하고 결정하고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더불어樂자치회' 운영이었다. 어르신들을 수혜자에서 주체로 다시 세우기 위해 더불어樂자치회를 구성한 것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복지관의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가 하면 운영 관리에 관한 사항 등을 의결하고 심의한다. 행사 기획, 준비서부터 운영까지 모든 것을 어르신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두 번째 큰 변화는 어르신들이 경제적 주체로서 우뚝 섰다는 것이다. 바로 자립경제의 실현이다. 엄미현 단장은 어르신들의 경제적 자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어르신들의 가장 큰 욕구가 무엇인지 아세요? 그것은 다름 아닌 일에 대한 욕구예요. 바로 그러한 점에 착안해서 어르신들이 소일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과 재능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휘하여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그 핵심적인 사업으로서 '더불어樂협동조합' 운영을 들 수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전에 시작한 두부마을, 더불어樂카페, 밥상마실 등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하였고, 법 시행 후에 이를 더욱 체계화하여 광주·전남1호 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이다. 광산구 월곡시장에서 팥죽가게인 '밥상마실'을 운영하는 어르신은 이렇게 말한다.

"가게 열고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이젠 자리가 잡혔어요. 팥죽 한 그릇 가격이 저렴해서(처음엔 2800원이었다가 지금은 4000원) 부담도 없는 데다, 손님들이 친정엄마 같은 어르신이 중국산을 속이며 팔지는 않을 거라며 믿고 찾아주니 단골이 계속 늘어요. 말년에 아무 쓸모 없는 존재가 된 줄 알았는데, 돈 버는 재미도 쏠쏠하고 요즘 살맛납니다."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은 협동조합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 17개를 창출하였고 또한 2013년에는 1억2500만 원, 2014년에는 1억7576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어르신들의 삶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 청춘자서전학교.

모두가 함께 소통과 나눔

세 번째 변화는 소통과 나눔의 실현이다. 그 일등공신은 '열린 복지관 운영'과 '작은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엄미현 단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언제든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밤에도, 주말에도 열린 복지관'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르신들이 힘을 모아 복지관 내에 더불어樂작은도서관을 개관한 것도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은도서관은 다양한 문화와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북카페로서 마을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밤에도 주말에도 언제든지 가고 싶을 때 찾아가도 문이 열려 있고, 친구나 이웃집 아줌마와 함께 대화도 하고 이런저런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는 북카페가 있는 곳, 그런 곳이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이다. 특히 작은도서관은 국가 지원에 기대지 않고 어르신들 스스로의 힘으로 십시일반으로 협력해서 건립한 것으로서, 이를 통해 어르신들 스스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르신상을 세우는 데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북카페가 생긴 이후로 복지관 단골이 된 한 청소년은 이렇게 말한다.

"야간에도 주말에도 복지관이 열려 있으니까 참 좋아요. 날이 좋은 봄이나 가을에는 야외 공간도 마음에 들지만, 추운 겨울에는 복지관이 딱이에요.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친구들하고 모임도 가질 수 있으니까 매일 오게 됩니다."

이렇게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은 어르신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고,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 누구나 언제든지 찾아와 쉬고 놀고 소통하는 곳으로 변화했다. 주민 모두가 참여해서 만들어 가는 복지와 소통의 장인 더불어樂노인복지관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 한가운데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