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온다, 8월 14~18일 ‘일어나 비추어라’

 
프란치스코(78) 교황이 8월 우리나라에 온다.
 
교황청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는 10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대통령과 주교들의 초청을 받아들여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고자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방문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일어나 비추어라’고 주문하며 방한한다.
 
   
▲ 프란치스코 교황/뉴시스
 
8월 13~17일 대전교구 지역(대전·충남)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AYD; Asian Youth Day)에 참석해 아시아 젊은이들과 만나고 미사를 봉헌한다. 또 청주교구가 운영하는 장애·행려인 공동체인 ‘꽃동네’를 찾아와 장애아동 등을 만날 예정이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 한국천주교 200주년과 103위 시성식을 위해 처음 방한했다. 이어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에 즈음해 두 번째 방한한 이래 25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아시아청년대회를 격려하는 의미가 크다. 아시아청년대회는 지난해 7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 청년대회’와 궤를 같이하는 아시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집회다. 여러 국가의 가톨릭 청년과 주교단이 모이는 국제 행사다.
 
 교황의 아시아 청년대회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대륙의 신자들을 폭넓게 만나 함께 기도하며 영적으로 동반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주교회의는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 시절 동방 선교에 마음이 끌려 예수회를 지망했고 예수회 창립 멤버이자 ‘선교의 수호자’로 세계 교회에서 공경받는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를 본받아 일본 선교를 꿈꾸기도 했다. 
 
 아시아는 지구에서 가장 큰 대륙이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량이 거주하는 땅이다. 중국과 인도가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불교와 이슬람교 등 세계 주요 종교들의 요람이며 도교, 조로아스터교, 시크교, 신도 등 다양한 영적 전통의 발상지다.
 
 특히 서아시아는 구약성경의 무대이자 예수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높은 윤리의식과 공동체 문화 등의 정신적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급속한 도시화, 이주민과 환경 문제, 인구 급증과 빈곤, 정치·종교적 갈등, 청년 실업, 사회적 약자의 인권 유린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황 방한은 한국 교회에도 의미가 각별하다.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124위 순교자 시복식이 열리는 해일 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사목회의’ 30주년이자 103위 순교 성인(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시성 3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교회 통계연감 2011’을 보면, 한국 천주교회의 신자는 522만명이다. 228개국 중 47번째, 아시아에서 5번째로 신자가 많다. 
 
 상위 4개국(필리핀·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이 서구 열강의 지배를 통해 그리스도교 문화를 수입했지만, 한국은 진리에 목마른 지식인들이 중국에서 예수회 선교사 마태오 리치의 ‘천주실의’를 접하고 자발적으로 교리 연구를 시작했다. 평신도의 힘으로 교회 공동체를 열었고 10년 후 성직자를 영입했다. 이렇게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교회는 세계 교회 역사상 조선 교회가 유일하다. 
 
 평신도의 자발적 노력으로 탄생하고 선교사들의 희생으로 자라난 한국 교회는 이제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한국 교회는 세계에 선교사 967명을 파견하고 있다. 그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표방한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실천하며 살아간다. 또 한국 카리타스, 교황청 전교기구 등 교회 기구들을 통해 교회를 통한 해외 원조와 사회 개발 사업, 선교 지역에 대한 영적, 재정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는 의미도 있다. 교황은 즉위 직후인 지난해 3월 31일 부활 대축일에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의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강복 메시지를 통해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면서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기원했다.
 
 아울러 지난 1월13일 주 바티칸 외교사절단에게 한 신년 연설에서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에게 간청하고 싶다. 한국인들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끊임없이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재위 때부터 추진됐다. 일찍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아시아 교회 방문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고령과 건강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면서 올해 8월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기간에 교황이 한국을 찾는 계획이 급물살을 탔다. 작년 말 교황청과 한국 주교회의를 통해 방문 계획이 구체화됐고 교황 방한과 124위 순교자 시복식 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교황 방한 준비위원장은 강우일 주교, 집행위원장은 조규만 서울대교구 보좌주교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