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은행권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 안에서도 기재부와 금융위의 입장 차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노조위원장 선거를 마친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강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금융위원회가 최근 금융공공기관의 성과급 지급 시기를 2018년으로 늦추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혼선이 가중됐다.

   
▲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은행권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노조위원장 선거를 마친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강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미디어펜


결국 금융위의 권한 안에 있는 일부 공공기관들만 도입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 네 곳은 내년에는 개인별 성과평가만 받고 평가 결과에 따른 성과급은 2018년부터 지급 받는다. 사실상 성과연봉제 도입이 한 해 늦춰진 셈이다.

금융위의 입장이 다소 소극적으로 선회한 것은 탄핵정국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내년에 조기 대선을 치르는 상황이 거의 확정자긴 가운데,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성과연봉제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이 어떨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는 전체 금융공공기관 9곳의 성과급 지급 시기를 2018년까지 미루는 방안을 기재부와 수차례 논의했지만 결국 기재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다섯 곳에 성과연봉제를 즉시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전체 급여의 30%까지 확대된 성과급을 개인별로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기재부와 금융위의 입장이 갈린 가운데 성과연봉제에 대한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금융노조는 색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금융의의 입장 선회에 대해 "소송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조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주요 쟁점이 되는 '시급성' 문제를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노조 기업은행 지부가 사측을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은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기각' 결정을 내린바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개정 성과연봉제 규정이 시행되더라도 그로 인해 근로자들의 경제적 불이익이 현실화하는 데는 수 개월 내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 사이 합의 여지가 있는데,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원이 자율적 합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결과가 된다"며 기각 취지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숙원과제였던 성과연봉제는 탄핵정국과 함께 이제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기재부와 금융위가 다시금 성과주의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금융노조의 '투쟁력'을 자극하고 있다. 

금융노조 다른 관계자는 "노조위원장 선거기간동안 금융노조의 대정부 투쟁력이 다소 분산된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 새로운 위원장이 선출된 만큼 보다 단결된 대정부 투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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