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유망 재건축단지 등에 청약불패신화가 깨지고 있다. 

정부가 과열된 분양시장에 대해 청약 재당첨 제한 등 강력한 규제의 뜻을 밝힌 가운데 투기꾼들은 물론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서민들까지도 청약통장 사용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열기로 흥행 불패를 달리던 서울은 물론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도 11·3 대책 이후 1순위 미달 사태를 보이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 11·3 대책 이후 '청약불패'로 여겨지던 서울은 물론 일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1순위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특공청약 수요도 줄어드는 모양새다./자료참조=아파트투유

29일 건설업계와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수도권에서는 ▲사당 롯데캐슬 골든포레 ▲마포 웨스트리버 태영 데시앙 ▲e편한세상 시흥 ▲e편한세상 녹양역 등 총 4곳에서 분양됐다. 이들 단지 가운데 지난 28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전 주택형 마감에 성공한 사업장은 없었다.

'사당 롯데캐슬 골든포레'와 '마포 웨스트리버 태영 데시앙'과 '마포 태영 데시앙' 등 2곳은 서울 재건축 단지로 청약과열조정지구인만큼 1순위 청약을 당해지역 및 기타지역으로 이틀간 접수를 받는다. 

두 단지 모두 1순위 당해지역 청약에서 각각 20가구, 3가구의 미달에 그쳐 기타지역 1순위 마감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11·3 대책 이전의 경우 서울 분양시장은 대부분 당해지역 마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책 이후의 후폭풍으로 해석된다.  

'e편한세상 시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단지는 5개 주택형 가운데 3개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앞서 인근에 분양한 '시흥 센트럴푸르지오' 역시 8개 주택형 가운데 6개 주택형이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1순위 청약 흥행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특별공급 청약도 대책 이후 수요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의정부 분양시장은 올해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1순위 마감에 성공하면서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러나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e편한세상 녹양역'은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었다. 특히 이 단지는 지난 27일 진행된 특별공급에서 소진률 '제로'의 굴욕을 당했다. 

특별공급 소진률 저하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도 나타난다. 

재건축·재개발 흥행불패를 자랑하던 마포에서는 '마포 웨스트리버 태영 데시앙'의 특공성적이 저조했다. 

지난 27일 특별공급에서 이 단지는 14%의 소진률에 그쳤다. 앞서 인근에 분양한 '신촌숲 아이파크'(98%)나 '신촌 그랑자이'(85%)의 소진률과 비교하면 사실상 낙제점이다. 

특별공급의 부진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분양한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는 평균 32%의 특별공급 소진률을 기록했다. 강남의 경우 그동안 평균 80%이상의 소진률을 보인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으로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래미안 루체하임'은 각각 특별공급에서 91%, 95%의 소진률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새 아파트 공급이 드물었던 곳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같은날 청약을 진행한 'e편한세상 춘천 한숲시티'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역대 지역 최고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앞서 특별공급에서도 평균 67%의 소진률을 기록, 지난 7월 분양한 '춘천 후평 우미린 뉴시티'(15%)의 성적을 크게 상회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 중심의 청약시장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부동산 대책 미적용 지역은 반사이익도 수반되나 공급과잉에 고분양가 분양이 지속될 경우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문도 한국부동산박사회 회장은 "저성장에 금리인상, 공급과잉의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분양시장의 수요층이 갈수록 약화 중이다"며"내년 유명 브랜드에 유망단지라고 하더라도 미분양사태가 지속될 공산이 크면서 실수요자에게는 내집마련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11·3 대책 이후 청약률 하락은 이미 예상된 것"이라며 "입지가 양호하거나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던 지역으로 청약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순위 자격 청약통장이 귀해진만큼 실수요자들도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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