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2016년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계부채 급증 등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수익 선방에 성공한 한 해였다. 위기를 '어닝 서프라이즈'로 잘 넘겨낸 한 해였지만 내년은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은행권의 2016년 한 해를 돌아보고 2017년을 전망해 본다.

   
▲ 미디어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2016년은 그 어느 때보다 금융권의 불확실성이 큰 한 해였다. 대외적인 사건만 해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미 대선에서의 트럼프 당선 등이 예상 밖의 외부효과를 야기했다. 특히 두 사건 다 전문가와 시장 다수의 예측에 반하는 결과였기 때문에 우려가 컸다.

다행스럽게도 금융권은 외부의 충격을 빠르게 흡수해 평정을 되찾는 '회복탄력성'을 보여줬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오히려 시장변동성이 지나치게 적은 게 단점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오히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금융계에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당국과의 '밀당'…어카운트인포는 '대박' ISA는 '글쎄'

아직까지 금융계와 은행권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올 한 해에도 시장성숙을 위한 여러 가지 '도전'을 했다. 그 중에는 큰 성공을 거둔 아이템도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된 아이템도 있었다.

지난 3월 금융권의 '옥동자'라는 기대감과 함께 전격 출시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ISA는 예금과 적금, 펀드, 파생결합상품 등을 한꺼번에 담아 관리하면서 세제 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당국은 시중은행들에게도 일임형 ISA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주면서까지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과는 기대만 못했다. 세제 혜택이 금융기관 수수료로 지불되는 상품구조로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영업사원들의 실적을 위한 '깡통계좌'가 다수 양산돼 빈축을 샀다. 일부 금융사들이 수익성 산정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ISA는 출시 7개월만인 지난 10월 19일 가입금액 3조원을 돌파했다"면서 "내년에 ISA 시즌2가 출시되는 만큼 기대감을 완전히 버릴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ISA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반면 금융당국이 내놓은 어카운트인포 서비스는 국민들의 큰 관심과 함께 성공작으로 평가 받는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로도 불리는 어카운트인포는 인터넷으로 계좌를 한눈에 조회하고 잔액까지 옮길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어카운트인포는 시행 10일 만에 이용자가 148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은행 16년 만에 민영화 성공 "꿈은 이루어진다"

한편 2016년 은행권에는 우리은행이 4전5기 끝에 민영화 성공이라는 위업을 달성해 큰 화제가 됐다. 무려 15년 8개월 만에 정부의 품을 벗어나 시장의 품으로 돌아간 것. 이광구 행장 이하 노조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들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금융당국이 4차례나 고집했던 '경영권 매각 방식'에서 벗어나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선회한 점이 핵심적인 성공요인으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지난달 13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1% 중 29.7%는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프라이빗 에쿼티(PE) 등 7개 투자자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낙찰자 가운데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 5곳은 사외이사 추천까지 얻으며 우리은행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게 됐다. 이들은 각각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한국투자증권), 박상용 연세대 교수(키움증권),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한화생명), 톈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 장우동 IMM인베스트먼트 사장(IMM PE) 등을 추천했다.

민영화 성공으로 리더십에 탄력을 받은 이광구 행장은 최근 '지주 체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지주체제가 아닌 우리은행이 '우리지주' 체제로 발돋움한다면 신한-국민-하나지주 체제로 공고화된 3강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까지 성과연봉제 도입…변수 여전히 잔존해

한편 올 한 해 '성과연봉제'라는 이슈가 은행권 전체를 뒤흔들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에 이어 시중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 이에 금융노조 각 은행지부들은 "은행장들이 합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 성과연봉제 반대 투쟁에 나선 금융노조의 모습 /미디어펜


통상 다른 노조에 비해 상당히 온건한 것으로 알려진 금융노조는 지난 9월 하순에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집합인원이나 행사의 성공여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노조 측의 반발이 강하다는 사인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4분기 들어 급속하게 동력을 상실하면서 금융당국이 추진했던 성과연봉제에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기재부와 금융위가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에 대해 서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노조 측에 '리더십 부재'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현재 금융노조는 신임 허권 위원장을 선출하면서 리더십 정비에 나서고 있다. 새 집행부의 위세를 보여주고 금융노조의 단결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성과연봉제 반대 투쟁에는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다. 불가피하게 이 문제는 2017년에도 당국-사측-노조의 3파전 양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