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5대 은행장과 금융지주 CEO들의 새해 경영방침도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모든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에 바짝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국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에 덧붙여 금융기관 내부에 존재하는 CEO 교체 변수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과 지주 CEO들의 신년사가 속속 발표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올해의 '불확실성'에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리스크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요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 새해 경영전략을 세운 금융기관들이 하나같이 '리스크 관리'에 바짝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국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에 덧붙여 금융기관 내부에 존재하는 CEO 교체 변수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신한금융그룹은 이미 '5대 중장기 중점추진 과제'의 하나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천명한 상태다. 은행을 포함한 전 계열사를 아우르며 혹시 불거질지 모를 리스크 요소를 먼저 발견하고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선(先)'의 정신을 언급하며 선견(先見), 선결(先決), 선행(先行) - 즉 먼저 보고 먼저 결정하고 먼저 행동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에 리스크 관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요인들이 앞으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면서 "리스크를 바라보는 관점을 보다 장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또한 이미 경영전략회의에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돌발 변수 등을 대비해 '리스크 관리 강화방안' 마련을 일찌감치 주문했다. 

그 일환으로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총 여신 5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기업집단을 선정해 매년 신용평가를 실시하고 관리한도를 설정할 방침이다. 외부 요인에 따라 변동이 심한 외환시장의 점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역시 '거문고의 줄을 다시 맨다'는 의미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기업문화와 영업방식에 있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업방식과 대고객 전략에 있어 개선점을 포착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런 한편으로 KEB하나은행은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해 변동‧고정금리대출 비중 관리와 1년 초과 장기예금 조달 강화를 통해 금리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영화 이후 첫 해를 맞는 우리은행은 그동안 해외네트워크 확대에 주력해 현 시점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해외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은 올 한 해 리스크 관리를 통한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해외네트워크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작년 구조조정과 관련해 충담금 적립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농협지주 역시 올해 도약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고심하고 있다. 이미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경영개선방안으로 리스크 관리 시스템 정비를 강조해 왔다. 작년 말 인사이동에사 리스크관리 부장을 부행장으로 승진시켜 추후 리스크 관리 쪽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신호를 주기도 했다.

주요 기관장들이 한목소리로 '리스크 관리'를 외치는 데에는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해외 경제 위험에 덧붙여 금융기관 내부적으로도 CEO 교체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3월에 신한금융그룹의 한동우 회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경우도 비슷한 시기 연임이냐 아니냐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임기도 3월에 만료될 예정이라 5대 시중은행 중 3곳의 CEO가 이번 분기 내에 교체되는 셈이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만큼 불확실성이 큰 상태로 새해를 시작하는 경우가 또 있었나 싶다"면서 "은행권을 비롯해 금융권 전반적으로 평소보다 훨씬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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