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발 친박8적 근거없어…김무성 등 비박계도 뼈아픈 청산 해야"
"반기문 정책 비전 검증우선…불임정당 걱정말라" 보수 '대주주' 피력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자신이 제시한 '스스로 결정하는' 인적청산과 관련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이 당내 의원들에게 편지를 돌려 부정적 여론을 조성한 데 대해 "당대표에 대한, 인간 인명진에 대한 무례한 일"이라며 "인질극을 벌이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핵을 제거하면 악성 종양이 번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한 그는 최근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이 "차라리 날 죽이라"고 반기를 든 것을 겨냥한 듯 "형상이 스스로 나타난다. 째달라고"라고 비유하며 '친박 실세 책임론'의 고삐를 죄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탈당 의사 타진에 대해선 "섭섭하지만 참으로 큰 결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비박·친이계가 세를 모은 개혁보수신당(가칭)을 겨냥해 "저 당도 뼈아픈 인적청산을 해야 한다"고 동시에 날을 세웠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에 관해선 "무슨 정책과 비전을 가졌는지, 우리 당에 온다 하더라도 검증할 것"이라며, '대선주자 불임정당'이라는 세간의 평에도 "걱정 안해도 된다"고 일축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정현 전 대표의 탈당계 제출에 대해 "별로 버릿 속에 없던 분인데 이렇게 큰 결단을 하고 전직 대표로서 모범을 보여주셨다"고 평가한 뒤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럼 그 전 전직 대표는 어떻게 하시련가. 2년 넘게 당을 맡으셨는데 하는 생각을 좀 했다"며 개혁보수신당의 '대주주' 김무성 의원을 겨냥했다. 

또한 "신당은 장제원 대변인도 잘 뽑았다. '그 사람들(친박 실세)만 갖고 절대 인적 청산이 완료되지 않는다' 했는데, 그렇다. 인적청산이란 건 남은 사람이나 나간 사람이나 똑같이 있다. 나갔다고 책임이 면제되나"고 역공을 취했다. 

   
▲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미디어펜

인 위원장은 친박 실세와의 신경전에 대해선 "저는 처음부터 이기는 싸움이다.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며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서 의원이 화가 난 것 같다. 유례없이 편지를 돌렸는데 무례한 일"이라며 "편지 중에 맞는 말도 있고 틀린 말도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누가 누구를 청산하겠나'라는 자신의 언급을 인적쇄신을 보류한다는 뜻으로 서 의원이 받아들인 데 대해 "그렇게 안 했다. (지목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한 뒤 "독선적이라니. 내가 누구를 (지목해) 나가라고 했느냐. 신문을 볼 테고, 사람을 만날 테고, 여론을 보고 스스로 결정하라는 게 독선이냐"고 받아쳤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살신성인한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탄핵당했지 않나. 그런데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다니느냐. 일본 같으면 할복한다"며 "염치가 있으면 스스로 생각하라"라면서 "누군가 나와서 잘못했다, 그만하시라고 해야 (촛불집회도) 끝날 것 아니냐. 이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해야지 인명진한테 하라는 게 아니다"고 훈계했다.

이어 "또 시기를 '내가 나갈 때를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또 왜 이러나. 임금님이냐. 자기가 얘기하면 다 들어야 하냐"며 "당이 변하고 세상이 변했다. 과거엔 통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태도로 당 운영을 해 이 지경이 됐다"고 질타했다.

인 위원장은 비대위 대변인을 맡은 김성원 의원마저 선임 전 탈당을 고려 중이었다는 사실을 언급, 당내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좀 서투른 의사지만, 진단해보니 큰 악성종양이 있다"며 "요즘 맹장수술이든 뭐든 구멍 하나만 뚫고 안에 있는 걸 도려내는데, 핵 즉 종양의 뿌리를 없애야 다시는 번지지 않는다. 사람이 살 수 있다. 그것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이 주도한 최근 친박 의원 10여명 모임에 대해서도 "2선 후퇴 한다는 분들이 왜 나와서 계파모임을 다시 하나. 그게 2선 후퇴냐"면서 "그분들 중에 (2선 후퇴를) 두번 한 분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 서 의원의 편지 회람이나 이같은 계파 행동에 대해 "'야 이러다가 우리 인명진한테 다 죽는다', '우리만 인질하냐' 인질극을 벌이는 것"이라며 "우리 당 여러 의원들이 그런 거에 속아넘어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쇄신 대상은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 전 대표의 경우 탈당계를 냈고, 홍문종 의원은 거취를 '비대위원장에 맡긴다'고 표명한 점을 일부 평가하면서, 언론계가 규정한 '친박 8적' 프레임을 "어떤 근거도 기준도 없다"며 "핵만 제거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본래 의도에서 절대 후퇴하지 않았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인 위원장은 당의 반기문 전 사무총장 영입설에 대해선 "(반 전 총장은) 나라의 명예를 빛냈지만 정치는 다르다. 사람 하나만 보고 따라간다거나 모셔야 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책이나 비전을 알아보고 같이 하든 해야지, 사람만 보고 따라가면 박 대통령 보고 친박 하던 사람들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보수신당이 반 전 총장 영입 의지를 적극 드러내며 새누리당에 잔류한 충청권 의원들의 탈당·합류를 요구한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는 "무슨 정책과 비전을 가졌는지, 우리 당에 안 온다고 이미 하셨지만 온다 하더라도 검증할 것"이라고 밝혀뒀다.

나아가 "우리 당의 협력을 받지 않으면 아무도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이 될 수가 없다. 우린 골라 잡을 수 있다"며 "우리 당 안에도 훌륭한 후보들이 많다. 유승민 그 사람 2~3년 전 뭐하던 사람이냐. 그만한 인물은 많이 있다"고 정우택 원내대표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징계 여부에 대해선 "새누리당 목숨을 좀 살려서 전문의한테 넘겨놓고, 그 다음 입원환자로 오면 어떻게 치료할지 생각하겠다"고 즉답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의 탈당 의사 표명엔 "우리나라 국정의 어려움은 박근혜 정부 때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것"이라며 "MB 정부의 공과를 다 지고 나간다는 것 아닌가. 당을 사랑하고 아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호평했다.

인 위원장은 자신이 당 안팎에서 새누리당 해체를 위한 '청부업자'로 불리는 데 대해 "(비대위원장 지명 당일) 내가 통곡을 하면서 왔다"며 "나보고 청부업자라니, 그럼 대가가 있어야 하는데 받은 게 없다. 이렇게 왔는데 모욕이다. 당대표에 대한 실례고, 인간 인명진에 대한 실례다. 예의를 차리라"고 특히 서 의원을 거듭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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