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경제 재도약③]구조변화 능동적 대응
IT·정유·화학 맑음, 조선·항공 흐림, 자동차?
2017년 새해를 맞아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화두는 '국정 불안'과 '경제 위기'다. 특히 날로 어두워지는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수출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수부진 우려가 여전하고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최순실 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짙게 깔려있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기업들은 이미 긴축·비상경영에 들어가고 신규 고용을 축소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미디어펜은 대내외 혼란기에 있는 우리 경제의 현실과 문제, 그리고 그 해법을 4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얼어붙은 경제, 기업이 살아야 풀린다
②재계 2017 재도약 "돌파구가 필요하다"
③업종별 기상도로 본 생존 전략 분석
④멈춰선 재계, 인사·경영계획 본격 시동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정유년(丁酉年) 한국 경제의 시계가 ‘오리무중’이다. 대내외 변동성과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여러 기업들은 ‘생존전략’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상유지만 해도 성공한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만큼 올해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다.

그러나 업종별로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기술력과 시장 환경에 따라 엇갈린 예보가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정유·화학은 올해 성장의 폭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는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이다. 조선과 항공은 올해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M14 생산라인 전경 /SK하이닉스


4일 재계에 따르면 기술력을 앞세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 기업들은 올해 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동차는 신흥국 시장의 회복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과 항공 등은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 차별화 IT…우호적 시장 정유·화학 ‘느낌 굿’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환하게 웃을 가능성이 크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는 D램은 물론, 낸드 플래시에서 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D램과 낸드 플래시를 더한 메모리 시장 규모는 853억달러(약 10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0% 이상 성장한 규모다.

현재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D램 시장에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양사(삼성전자 47.4%, SK하이닉스 26.5%)의 점유율이 74%를 넘고 있다. 모바일 D램 점유율은 87% 수준이다.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도 양사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6.6%로 1위, SK하이닉스가 10.4%의 점유율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활약이 두드러 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낸드 플래시에 역량을 모으는 SK하이닉스가 점유율을 끌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세공정 확대와 엔터프라이즈 제품 등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시장·기술 리더십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유·화학 역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정유4사와 석유화학 3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12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화학제품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정유·화학 업계는 투자와 사업영역 확대 등을 통해 체력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글로벌 성장과 신사업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도  "사업구조를 지속해서 고도화하겠다"는 신년 밑그림을 그렸다.

◇자동차는 물음표…조선·항공은 흐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올해 판매 목표를 825만대(현대차 508만대, 기아차 317만대)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788만대) 보다 4%이상 늘어난 수치다.

   
▲ 경남 거제 한 조선소 근로자들이 작업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


자동차·증권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량회복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시장에서 그랜저와 K7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가운데 판매 비중이 높은 브라질과 러시아, 중동 등에서의 성적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최근 판매 증가율이 느려지는 가운데 신공장 가동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기아차는 질적 성장에서 미래 성장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변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위기 극복 노력을 주문했다.

‘수주절벽’에 신음하고 있는 조선업은 올해도 사정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도 경영환경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주잔량에서 17년 만에 일본에 역전당하는 등 조선업계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생존’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내부를 안정시키고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 '빅3'는 신규수주 확대와 수익성 개선 등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항공업의 경영환경은 지난해 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악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에 다른 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최근 중국이 국내 항공사들이 부정기편 운항 신청을 불허하는 등 ‘사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것 역시 불안요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과 시장 환경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변화의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의 성장 방식으로는 더 이상 어렵다”며 “앞으로 기업들은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소비자 가치를 먼저 찾아야 한다. 선장 중심의 구조 개편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투자가 위축되고 혁신활동이 부족했다”며 “올해는 선제적 구조조정과 선업구조 전환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