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각 은행들이 신년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영업에 착수했지만 역동성 있는 경쟁구도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통상 신년이면 흔히 볼 수 있던 특판상품은 고사하고 신상품 자체가 '실종' 상태다. 각 은행장들의 신년사만 봐도 '불확실성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당분간 각 은행들의 '눈치 보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년을 맞은 은행권에 출시된 신상품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통상 연말연시에 고객들의 자금을 끌어당기기 위한 특판상품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던 것과는 딴판이다.

   
▲ 각 은행들이 신년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영업에 착수했지만 역동성 있는 경쟁구도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통상 신년이면 흔히 볼 수 있던 특판상품은 고사하고 신상품 자체가 '실종' 상태다. /미디어펜


2017년이 된 이후 3영업일째를 맞고 있는 이날까지 은행권에서 나온 신상품은 우리은행의 위비 슈퍼 주거래 패키지와 희망배닭 예‧적금 신상품(2종) 정도다. 

정기예금과 적금으로 구성된 '위비 슈퍼 주거래 패키지'는 정기예금의 경우 현재 1년제 기준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1.88%의 금리를 제공한다. 자유적금은 은행거래실적에 따라 최대 1.0%p의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2.2%(1년제 기준)까지 금리가 제공된다.

'닭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출시된 '희망배닭 예‧적금'은 스마트뱅킹과 인터넷뱅킹을 통해 가입 가능한 상품이다. 특히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우리은행에서 진행하는 금리우대쿠폰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우리은행 모바일메신저 위비톡의 톡알림 서비스 이용 등을 금리우대조건으로 내걸었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예금은 최고 연 1.9%, 적금은 최고 연 2.2%까지 금리를 제공한다.

신상품 대신 이벤트를 실시하는 은행은 있지만 역시 소수다. 기업은행은 지난 2일부터 2월말까지 영업점 창구 또는 비대면채널을 통해 'IBK평생한가족통장 적립식 상품'에 가입한 2017명에게 5000원 상당의 모바일상품권을 증정하는 '꼬끼오~ 닭의 해에 적금은 꼭이오!' 이벤트를 진행한다.

SC제일은행은 순금 10돈으로 제작한 진짜 황금알을 준비해 '황금알 이벤트'를 시작했다. 이달 중 SC제일은행에서 입출금 통장을 만들어 개설 당일 2000만원 이상 입금을 하며, 오는 31일 해당 통장에 2000만원 넘게 남아있는 고객 가운데 딱 1명만 뽑아 황금알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신상품의 종류나 숫자, 이벤트의 규모 면에서 역대 '최소'의 신년을 맞고 있다는 게 은행권 안팎의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은행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굳이 수신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장들의 신년사를 봐도 고객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보다는 '불확실성 대응'에 대한 의지가 전면에 드러나고 있다. 이광구 은행장은 신년사에서 '큰 바람이 불어오니 구름이 날아오른다'는 의미의 '대풍기 운비양(大風起 雲飛揚)'이라는 고사로 불확실성 속에서의 도약을 강조했다. 

새롭게 취임한 김도진 기업은행장 역시 현재의 금융환경을 풍전등화(風前燈火)로 묘사했으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최근의 금융환격을 '얇은 얼음을 밟듯 몹시 위험하다'는 의미의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결국 신년을 맞은 은행권에는 고객들을 유치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도전정신보다는 '조심성'과 '현상유지'적 가치가 지배적인 모습이다. 이는 실제로 국내 은행업이 올해 처한 상황과도 연관성이 있다. 

한국기업평가 김정현 연구원은 "2017년 은행업 사업환경 전망은 중립적"이라면서 "실적과 재무건전성은 전년수준을 유지할 전망이지만 대손비용 증가,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 우려 등은 위협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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