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경제 재도약④]혼란 속 혁신인사·투자 주목
기업들, 본연의 역할 충실 통해 경제 재도약 달성
2017년 새해를 맞아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화두는 '국정 불안'과 '경제 위기'다. 특히 날로 어두워지는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수출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수부진 우려가 여전하고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최순실 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짙게 깔려있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기업들은 이미 긴축·비상경영에 들어가고 신규 고용을 축소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미디어펜은 대내외 혼란기에 있는 우리 경제의 현실과 문제, 그리고 그 해법을 4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얼어붙은 경제, 기업이 살아야 풀린다
②재계 2017 재도약 "돌파구가 필요하다"
③업종별 기상도로 본 생존 전략 집중분석
④멈춰선 재계, 인사·경영계획 본격 시동

   
▲ 정국 불안에 불경기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요 기업들은 대내외적 위기 요인들을 환기하며 혁신과 변화를 무기로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 미디어펜 자료사진

[미디어펜=김세헌기자]올해 정유년 새해를 맞는 기업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특검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고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의 확장, 중국의 성장세 둔화, 금리 상승 압력 같은 악재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정국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기 대통령선거로 어수선한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어서 재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재계는 현재의 악조건을 돌파할 승부수로 인적쇄신을 통한 혁신을 꼽고 있다.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가치의 창조로 멈춰서다시피한 경영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10대 그룹 대부분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처지여서 경영 활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기인사와 경영계획에서부터 차질이 빚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일부 그룹은 연말연시를 맞아 대대적인 인사와 야심찬 경영계획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재계 맏형격인 삼성그룹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하던 사장단·임원 인사를 비롯해 연말 행사도 대부분 무기한 연기한데다 구체적인 경영계획도 수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출국금지 상태인 이 부회장은 당분간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다.

그러나 일부 그룹은 정국 불안에 불경기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대적인 인사쇄신에 나서 재계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21일 사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조대식 SK㈜ 사장을 선임하는 등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변화∙혁신을 선도할 경영진을 전진 배치하고, 그룹 내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최적화되도록 재편했다.

이에 따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대부분의 위원장이 교체되고, 주요 관계사에는 사업개발이나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전문경영인들이 CEO로 내정되는 등 당초 예상과 달리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됐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주력 관계사의 CEO를 대부분 젊은 인물로 교체하고, 변화∙혁신 가속화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보였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주력 계열사들의 사장단을 대폭 물갈이하는 경영진 인사 조처를 내린 데 이어 2조 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재계 전반이 어수선하고 불안정한 와중에도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처방을 과감하게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7년 SK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SK그룹 제공

최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SK 신년회에서도 새해 경영방침을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로 정하고 조직 내부로부터 근본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패기로 무장한 구성원, 경영시스템 개선, 사업모델 혁신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은 바로 구성원 여러분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의 진정성"이라며 "사람에서 시작해 조직별로, 그리고 회사별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재정의하고 실행하면 전체 경영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연말 재계 인사 시즌을 맞아 대기업들 가운데 가장 먼저 임원진 인사를 단행한 LG전자는 국내외 경기의 부진과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에 따른 보상과 젊은 피 수혈을 인사 코드로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실적에 따른 성과주의 인사로, 글로벌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국내외의 혼란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는 등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신속하고 강한 업무 추진이 가능한 1인 CEO(최고경영자) 체제에 젊은 피를 대거 수혈돼 보다 젊은 시각으로 유연하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이다.

◇ 정국 어수선하지만…기틀 다잡고 경영정상화 총력

정국 불안에 불경기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은 2일 새해를 시작하며 대내외적 위기 요인들을 환기하며 혁신과 변화를 무기로 돌파하자고 주문했다.

이들 재계 수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불확실한 경제환경에 저성장 기조와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경영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이를 극복할 도전정신과 혁신을 주문했다.

먼저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하고 새해 경영 목표와 전략을 임직원이 공유했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주력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보호무역주의 등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경쟁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천방안으로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은 사소한 문제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며 "공정개선과 검증강화를 통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연초에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돌며 경영진 간담회를 하고 신년 경영 목표와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선적을 기디리고 있는 수출 차량들 / 미디어펜 자료사진

지난해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었던 현대·기아자동차는 올 한해 전 임직원이 심기일전 뜻을 밝혔다. 초심으로 돌아가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다시 판매량 증대에 나서자는 당부와 각오가 신년사에 담겼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보다 쪼그라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813만대로 내걸었던 지난해 판매목표 달성도 사실상 실패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일 회사 내부망에 올린 신년사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825만대로 제시하는 등 올해 경영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였던 813만대보다 12만대 늘어난 수치다. 2015년 목표인 820만대에 비해서도 5만대 늘어난 것으로, 회사가 잡은 판매목표 중 역대 최대치다.

정 회장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자동차 산업 경쟁 심화에 따라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실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은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커넥티드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력 있는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을 통해 2020년까지 28종 이상의 친환경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고급차·친환경차 등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간 10개 차종 이상의 신차 출시를 통해 시장의 요구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은 새해를 맞아 일제히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며 기본·본업으로의 회귀 등을 다짐하고 있다.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에게 희망찬 미래를 줘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경제사회의 기본원칙을 확립하고, 경제 주체들이 각자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고, 경제 재도약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적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