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직 인명진 정우택 이현재…원내 친박 박완수·원외 비박 김문수
여성 4명·청년 2명 불참자 면직, 23명 참석 성원…이철우 '최후 1인'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은 9일 국회에서 제13차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 일부 위원 구성안을 의결했다. 본래 개회시간인 오후 2시를 5시간여 넘긴 뒤에야 가까스로 개회 정족수(정원 과반수)를 맞춘 결과였다.

특히 탈당 압박에 직면한 '친박 실세' 서청원 의원 일파의 조직적 방해로 무산된 지난 6일 회의와 달리, 이날 비대위원장 권한으로 상임위원을 6명 면직시킴으로써 정원을 45명으로 축소해 23명 정족수를 정확히 맞췄다.

상임위원 23명은 총 5명의 1차 비대위 구성안을 만장일치 박수로 통과시켰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정우택 원내대표·이현재 정책위의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선임됐고, 친박계 박완수(재선·경남 창원시의창구) 의원과 비박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각각 원내·원외 위원으로 발탁됐다.

   
▲ 새누리당은 9일 국회에서 제13차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 일부 위원 구성안을 의결했다. 본래 개회시간인 오후 2시를 5시간여 넘긴 뒤에야 가까스로 개회 정족수(정원 과반수)를 맞춘 결과였다./사진=미디어펜


이처럼 인 위원장이 공식 취임 11일 만에 당내 최대주주인 서청원 의원 일파의 거센 반대에도 비대위를 출범시키면서, 당내 입지나 향후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1차 힘겨루기에서 밀린 것에 다름없는 친박 실세 그룹의 영향력도 당내 공식 의결기구 등장과 함께 한풀 꺾일 전망이다.

이날 회의는 안상수 부의장이 의장 대행을 맡아 주재했고, 외국 출장에서 귀국하자마자 국회로 향한 이철우 의원(국회 정보위원장)이 오후 7시쯤 마지막으로 회의장으로 입성하면서 정족수를 충족시켰다.

성원과 함께 상임위원들은 ▲비대위원 의결안 ▲원외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 규정 개정안 등 2개 안건을 만장일치 박수로 의결했다. 후자는 원외위원장 협의회와 중앙당 간 의견전달 통로를 공식화한다는 내용이다.

   
▲ 정우택 원내대표는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13차 상임전국위원회 마무리 인사말에서 극적인 개회 정족수 충족에 대해 "제가 오늘 느낀 건 정치는 인내라는 것"이라며 "여러분의 인내는 그냥 인내가 아니라 정말 구당을 위한, 구국을 위한 인내라고 감히 저는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사진=미디어펜


정우택 원내대표는 마무리 인사말에서 "제가 오늘 느낀 것은 정치는 인내라는 것"이라며 "여러분의 인내는 그냥 인내가 아니라 정말 구당을 위한 인내, 구국의 인내라고 감히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구성된 비대위원과 당원, 의원, 원외위원장, 사무처 직원 여러분들과 힘을 합쳐 당이 새로이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진력하겠다"며 "새누리당을 멋지게 재건할 수 있는, 보수의 신당으로서 이 나라의 적통을 지켜가는 당의 모습을 지켜봐달라"면서 "이런 역사적 소명을 같이 해주신 한분 한분들께 잊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을 이어갔다.

'최후의 캐스팅보터' 이철우 의원은 폐회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을 만장일치로 우리가 추대해놓고 아무 조직도 못 만들게 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일단 조직을 만들어 일하도록 하는 게 맞다"며 "누가 오라고 해서도, 오지 말라고 해서 온 것도 아니다. 나라와 당을 위해서 내가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재창당 수준으로 당을 재건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며 "인적쇄신, 정책쇄신, 내부쇄신 3가지가 이뤄지면 이번 대선에서 저희 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 승리할 수 있도록 그림을 잘 그려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9일 새누리당 제13차 상임전국위원회 회의는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의원(사진)이 오후 7시쯤 마지막으로 회의장으로 입성하면서 정원 45명 중 과반수(23명)을 충족시켜 개회됐다. 이 의원은 스스로의 의지로 회의에 참석한 점을 거듭 피력했다./사진=미디어펜

이날 면직 처리된 6명의 상임전국위원은 당 여성위 소속 4명, 청년위 소속 2명으로 전해졌다. 서 의원측은 정족수를 충족시키기까지의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당초 5명의 여성위원과 3명의 청년위원이 있었으나, 총 6명이 회의에 2연속 불참하면서 인 위원장이 불가피하게 당대표 권한으로 면직시켰다는 게 정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당대표는 당직자 인사에 관하여 임면권 및 추천권을 가진다'는 당헌 제26조 3항에 따라 선출직이나 중앙위원에 해당하지 않는 여성·청년위원 불참자가 면직 대상이 된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 윤리위를 구성해 박근혜 대통령을 출당조치할 것이냐는 물음엔 '당 쇄신이 먼저'라는 인 위원장의 입장으로 답을 대신했고, 서 의원측에 대해선 "세간에 거론되는 분들은 스스로 판단할 시간이 다가온게 아니겠느냐"고 자진 탈당 압박에서 선을 그었다.

비대위 규모와 무관하게 어느 안건이든 의결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윤리위 구성 여부에 대한 계속된 질문에 "거짓말이 아니라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비대위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 추이를 좀 보자"고 즉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쇄신 대상의 '핵'으로 거론된 서 의원을 비롯해 그 일파가 저항을 지속·확대할 경우 윤리위 구성 후 징계한다는 수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내일(10일) 첫 비대위 회의를 갖고 향후 인적·정책·내부 쇄신에 대한 구상을 밝힐 전망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