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교과서로 예습, 복습, 자습, 심화학습까지... 정부, 교과서구매 비용 보조를

   
▲ 조전혁 명지대교수, 전 새누리당 의원
요즘 교과서 가격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다른 교과서는 모르겠습니다만 고교 역사 교과서는 제 큰 관심사 중의 하나여서 자연히 교과서 가격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한 출판사 관계자가 제게 불만을 털어놓더군요. “교육부에서 내려 온 권장가격이 ‘5천600원’이랍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교육부에서 직접 만들면 그 가격에 만들 수 있답니까?” “짬뽕 한 그릇 가격이네요. 흐흐 ... ”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진부한(?)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책 중의 책’인 교과서가 이렇게 푸대접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아이들 가르치는 교과서가 비싸면 되나?” 이렇게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저는 “교과서는 비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삼년을 배울 책입니다. “싼 게 비지 떡”이라고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습니다.

   
▲ 교과서 가격이 너무 싸다. 짬뽕 한그릇값에 불과하다. 푸대접받고 있다. 선진국의 교과서는 매우 정성스럽게 만들고, 자세하게 돼 있어 자습 예습 학습 복습 심화학습을 다 할 수 있다. 한국에선 교과서가 너무 싸니 다소 최고의 전문가들이 저술을 기피한다. 정부가 무상급식만 지원할 게 아니라, 교과서 구매비용을 보조해줘야 한다. 대한민국의 건국화와 산업화를 긍정적으로 기술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제학의 원리에 따르면 공공성이 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이 국민의 후생을 증진시킵니다. 무상급식에 ‘통 크게’ 수조원을 쓰고 있는 교육당국입니다. 그보다 훨씬 공익적이고 교육적인 효과가 큰 교과서에 지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교과서 판매가를 깎을 것이 아니라 교과서 구매시 비용을 보조하는 것이 모범답안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의 교과서가 매우 자세할 뿐만 아니라 연습문제와 토론을 위한 자료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두껍기는 합니다만, 교과서 한 권만으로 예습, 복습, 자습, 심화학습까지 모두 할 수 있습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따로 힘들여 숙제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교과서 연습문제를 숙제로 내주면 됩니다. “어쩌면 저렇게 잘 만들 수 있나?” “우리나라 아이들도 저런 교과서로 배우면 실력이 팍팍 늘겠다!” 이런 감탄까지 자아내게 만드는 교과서가 한 둘이 아닙니다.

현행 가격 하에서 우리나라 교과서들은 이런 자기완결(自己完結)적 구성을 갖출 엄두를 낼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좋은 학자와 저자들이 교과서를 제작을 기피합니다. 출판사도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출판사와 교과서 저자들이 교과서로는 이익을 남기지 못하니 ‘꼼수(?)’를 씁니다. 교과서와 관련한 각종 참고서, 문제집 출판으로 이익을 남기려 합니다. 그 결과 학생․학부모는 이중, 삼중으로 지출하는 고통을 받습니다.

책을 출판하는 것은 지식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평생 쌓은 지식을 모두 털어 넣는 고된 작업입니다. 특히 교과서는 자그마한 오류조차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고 세심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책 하나가 수만명, 수십만 명 아이들에게 지식의 기본과 사고의 틀을 제공하기 때문에 큰 사회적 책임도 따릅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해법 중의 하나가 ‘창조경제’입니다. 어쩌면 교과서는 창조경제의 총화(總和)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육선진국의 경우에는 교과서를 비롯한 교육콘텐츠를 수출산업으로까지 육성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여러 비판을 받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까지 한국의 교육 경쟁력을 부러워합니다. 우리 교육이 더 큰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교과서의 질이 더 개선돼야 합니다. ‘짬뽕 한 그릇 값’으로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조전혁 명지대 교수, 전 새누리당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