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씨의 젊은 후배 기자 분들에게 

JTBC에는 최순실 씨 사건과 관련하여 손석희 씨와 같이 뉴스를 진행하는 여러 명의 젊은 기자들이 있습니다. 이 후배 기자들에게 꼭 들려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뉴스는 ‘취재하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취재하는 것’과 ‘만드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어려울까요? 당연히 ‘취재하는 것’이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사실이 없으면 뉴스 취재가 불가능하지만, 만드는 뉴스는 사실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만드는 뉴스는 기자가 취재현장에 나가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기자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구성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취재하는 것’ 보다 ‘만드는 것’을 택하려는 유혹에 빠집니다.

과연 신문의 독자와 TV의 시청자들은 어떤 뉴스를 더 좋아할까요? 독자와 시청자 역시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취재하는 것’에는 찾아볼 수 없는 요소 즉, 드라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연출이 잘 된 허구의 드라마를 볼 때 “아주 사실적이다”라고 말하고, 감동적인 실화 다큐멘터리를 볼 때 “한 편의 드라마 같다”고 표현합니다. 즉 허구는 실화처럼, 실화는 드라마처럼 만들면 TV 시청률이 높아집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JTBC는 높은 뉴스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JTBC 뉴스는 전자일까요 후자일까요? 불행하게도 전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후배 기자 분들은 기자가 아니라 드라마팀 소속의 손석희 PD(연출) 아래 위치한 AD(조연출)들 입니다.

모든 드라마에는 결론이 있게 마련입니다. 손석희 연출의 ‘드라마 최순실’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마지막회를 방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극적인 반전이(反轉) 있어야 합니다. 즉 지금까지의 스토리가 모두 허구임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청자들은 이 기가 막힌 반전에 감동하여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JTBC의 손석희 연출 미니씨리즈 ‘드라마 최순실’은 중반을 지나 이제 종반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스토리가 너무 일찍 새나갔습니다.

첫방(1回)에서 드라마 소품으로 사용했던 ‘PC’가 2회에서는 '태블릿 PC'로 바뀌었고, 3회에서는 ‘태블릿 PC’를 주어온 장소가 ‘쓰레기 더미’에서 ‘책상서랍’으로 변경됐습니다.

또 4회에서는 태블릿 PC를 주은 사람이 여자에서 남자로 교체됐습니다.

그런가하면 5회에서는 태블릿 PC를 습득한 날자가 10월 말에서 10월 초로 변경됐습니다.

이렇게 시나리오를 자주 변경하다보니까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의 결말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것입니다.

결국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 스토리는 안 봐도 뻔합니다.

태블릿 PC는 ‘사기’입니다.  

이렇게 마지막 회 내용이 중간에 노출된 드라마는 빨리 종결시키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런데 책임자인 연출자(PD)는 고민에 빠져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이때는 조연출(AD)들이 재빨리 결정을 내려서 종결시켜야 합니다. 

이 드라마의 끝은 제작진에 대한 사법처리입니다.

혹시 드라마 제작진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면 자신들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착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게 된다면 오히려 사기 드라마 제작진에 대한 처벌요구가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 JTBC는 결말이 미리 새나간 맥 빠진 드라마를 빨리 종결해야 합니다. 책임 연출자 손석희 씨는 지금 상황에서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젊은 조연출들의 몫입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만 7시간의 골든타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JTBC도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 시간을 놓치면 아마도 세월호처럼 선장만 탈출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2017년 1월 10일

미래미디어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