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근혜 대통령 측은 10일 헌법재판소에 ‘세월호 7시간’ 행적이 담긴 답변서를 제출하고,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심각한 왜곡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청구인인 국회가 제시한 헌법 제69조에 대해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나온 헌법재판소 판례를 제시했다.     

이날 오전 탄핵심판 3차 변론을 앞두고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헌재에 제출한 ‘재판부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서’에서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쯤 국가안보실로부터 이날 오전 8시58분에 발생한 세월호 침수사고에 대해 첫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보고 내용은 그 시각 56명이 구조됐고 09:00 해군함 5척, 해경함 4척, 항공기 5대가 현장에 이동했으며, 09:35 상선 3척, 해경함 1척, 항공기 2대가 추가로 현장 도착해서 구조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은 10시15분 즉각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해 상황을 보고받고 “단 한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날 현장에서 잘못된 보고와 언론의 오보가 겹쳐 혼란스러운 가운데 오전11시6분에는 경기도교육청이 학부모에게 ‘전원 무사구조’란 내용으로 문자를 발송했고, 이어 11시25분에도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해경 공식발표’란 문자도 재차 발송됐다.

이와 관련해 석간신문인 문화일보는 아예 1면과 3면을 통해 ‘477명 탄 여객선 침몰... 대형 참사 날 뻔했다’ ‘독도함 동원 군·경 신속구조...승객 차분 대응. 화 막았다’는 제목으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325명 전원 구조 등의 내용을 보도한 상황이었다. 

이날 정부도 오후1시7분과 13분 박 대통령에게 ‘370명이 구조됐다’는 잘못된 보고를 한 일이 있다.

하지만 오후2시50분 안보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다시 ‘190명 추가구조가 잘못된 보고’라고 최종 확인하면서 박 대통령은 곧바로 오후3시 중대본 방문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관저에서 머물렀던 이유에 대해서는 “세월호 사고와 같이 분초를 다투는 업무는 현장지휘체계와 신속한 인명구조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대면회의나 보고대신 20~30분마다 직접 유선 등으로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했다.

답변서에는 “그간 수차에 걸쳐 이런 경가를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월호 사고 원인이 대통령의 7시간인 것처럼 몰아가는 악의적인 괴담과 언론 오보로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억울한 심정과 염려도 담겨 있다.

답변서에 “(세월호 사고 당일과 관련해) 처음에는 ‘정○○를 만났다’ 하더니 다음은 ‘굿판을 벌였다’고 하고, 그 다음은 ‘프로포폴 맞으며 잠에 취했다’했다. 그 다음은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식으로 의혹은 계속 바뀌어가며 괴담으로 떠돌고 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박 대통령은 당일 관저에 머물렀던 이유에 대해서는 “청와대에는 대통령의 집무 공간으로 본관 집무실, 관저 집무실, 위민관 집무실이 있으며 이날은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어디서든 보고받고 지시하고 결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고, 대통령의 일상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24시간 재택근무 체제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통수권자로서는 24시간 대통령 그 자체로서 근무하는 것이지 어떠한 장소적 개념에서의 행위 즉 본관집무실에서의 행위만이 정상적인 업무라는 등 개념은 대통령 직무의 특수성에 비춰 성립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박 대통령은 가족이 없어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은 주로 관저에서 집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관저에서 업무를 본 사례도 나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노령으로 질병이 많아 평소 관저에서 집무할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관저 정치’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인이나 지인을 관저에 불러 대소사를 논의하는 일이 흔했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2004년 12월3일 한국일보는 ‘한나라·민주 “관저정치, 안방정치, 386정치 중단하라’는 기사를 낸 일이 있다.

이는 당시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측근들을 관저로 불러 맞담배 피며 국정을 논하는 안방정치를 하고 있다. 국무회의나 비서실 회의는 장식용이고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 측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청구인이 제시한 헌법 제69조에 대해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가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나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 달리 규범적으로 관철될 성격이 아니라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나온 헌법재판소 판례도 제시했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수습과 인명구조,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고 직무에 태만했다는 비판을 받을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앞으로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생명권 보호 의무’ 및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를 위배해 헌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한 법리적 반박은 차후 준비서면을 통해 상세히 진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 당일 피청구인의 행적과 관련된 사실관계 입증을 위해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김규현 안보실 차장, 박준우 정무수석비서관, 구은수 사회안전비서관, 김석균 해경청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대통령 측은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고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피해자와 유족,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과 여론을 모르는 바 아니다. 대통령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슴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의 대리인단 입장에서는 설사 대통령이 대응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국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선출된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대통령을 파면시킬 정도의 탄핵 사유에 해당될지는 사실적, 법률적 양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세월호 7시간 문제는 대통령의 동선이 국가기밀사항임으로 이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오해와 그 오해가 만들어낸 각종 유언비어로 인한 왜곡된 인식에 기한 것으로 이 탄핵 사유는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고 법리적으로, 헌법적으로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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