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작년 3분기까지 거침없는 '어닝 서프라이즈' 행보를 이어갔던 은행권의 4분기 실적전망이 3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가 끝남과 동시에 대규모 희망퇴직까지 맞물려 각종 비용이 크게 상승한 여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4분기 실적이 '절반' 수준으로 대폭 하락할 전망이다. 통상 연말인 4분기에는 부실채권 정리 등 3분기보다는 순익이 낮아지는 일이 일반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작년 4분기 실적의 경우 시기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실적 감소폭이 상당히 클 것으로 추정된다.

   
▲ 작년 3분기까지 거침없는 '어닝 서프라이즈' 행보를 이어갔던 은행권의 4분기 실적전망이 3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대신증권은 지난 9일 은행권 4분기 순익 예상치를 약 1조3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3분기 대비 50.7% 수준이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로 통용되는 1조9000억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대신 측은 "KB금융 정도만 4분기에 5030억원 순익이 예상된다"면서 "신한금융은 3600억원, 우리은행은 1380억원, 기업은행은 2220억원 수준"으로 각 기관별 순익을 예상했다. 외환은행 인수로 외환자산 비중이 높아진 하나금융은 순익이 대폭 하락해 20억원 정도일 것으로 예측됐다.

순익 감소의 원인으로는 금리와 환율 상승이 꼽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달러화 강세가 진행되며 원‧달러 환율은 현재 12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예고하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하기도 했다(채권가치는 하락).

이 때문에 각 금융그룹이 보유한 채권의 매각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환율 환산 때 손실이 발생하는 등 비이자 부문에서 수익 축소가 예측되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순이자마진(NIM)의 예상치조차 특별히 나아질 게 없기 때문에 비이자수익 축소는 자연히 실적 악화로 직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권에서 대규모로 진행 중인 명예퇴직 실시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 또한 '암초'다. 명예퇴직을 하는 인원에 대해서는 통상 30개월분 이상의 월급을 한 번에 지급하기 때문에 판관비가 많이 든다.

현재 국민은행에선 28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이 진행 중이다. 36개월분 월급을 지급하는 이번 희망퇴직으로 KB금융은 8600억원 정도를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742명을 감원한 하나은행은 4분기 2200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보이며,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신한은행 역시 수백억원대 판관비 지출이 예상된다. 

한편 각 금융지주들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는 이달 하순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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