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비공개 전환 막고 공개발언…"목사님" "언제 할복할까" 비아냥
친박계 탄핵정국·계파갈등 무능 자성 부재…印에 색깔론 공세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에 대한 책임론이 집중된 '친박 실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10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면전에서 거듭 "목사님"이라고 칭하며 "독선 독재를 하고있다", "제가 보기에 정치에 맞지 않다"는 등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또한 인명진 비대위원장 영입은 물론 추대하기 위한 전국위가 성원된 것도 자신의 영향력 덕이었다는 당내 '지분 과시' 성격의 언사를 남겼다.

인 위원장에 협력해온 당 사무처를 싸잡아 "자기들 자리를 보위하기 위해서 목사님을 잘못 인도하고 있다"며 내일(11일) 열릴 대토론회에 사무처 당직자들이 참여하는 것까지 "정당 역사상 없던 일"이라고 문제삼기도 했다.

서청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내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의 공개발언 이후 비공개 전환을 막아선 뒤, 인 위원장에게 "목사님, 제가 언제쯤 할복하면 좋겠습니까"라고 쏘아붙인 뒤 이같이 말했다.

   
▲ 새누리당 친박계 실세 그룹의 '맏형' 서청원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공개 전환을 막고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이 지난달 내정된 이후 '인적청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하며 "뒤에서 이렇게 목사님에게 모욕당할 줄은 몰랐다"고 비난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달 전국위 개최 하루 전날을 회상하며 "마침 박맹우 사무총장이 보고하는데 45~46%밖에 참여 안한다고 해서 1월 초에 열어야 할까 했는데 저녁에 '그냥 하겠다'고 해서 우리가 다 연락해서 오자고 했다"면서 "전국위에서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그 몇백명 사이에서 '목사님은 우리가 만장일치로 해드리자'고 말씀드렸다"고 '생색'을 냈다.

또한 "목사님 오시는데 정식 교섭은 정 원내대표가 했지만 그래도 제가 역할을 했다"면서 "오시고 나서 목사님이 너무나 과격했다"며 "목사님이 '할복하라'고 한 이후 제가 '이거 정말 잘못모셔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 위원장의 '스스로 책임지라'는 입장을 '탈당 명령'이라는 취지로 해석한 언론 보도를 들어 "인터넷에 인적청산 (대상) 의원 숫자만 해도 20~30명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악성종양의 핵만 제거한다"거나 "절제된 인적쇄신을 이루겠다"는 인 위원장의 '탈당 최소화' 입장은 외면한 선동으로 보인다.

그는 "박 대통령때 저는 당대표도 아닌 최고위원이었다"며 "대통령이 친박이 친하다고 통지문 한장이라도 주셨나. 우리의 인사 문제를 들어젔나. 최순실 문제를 잘 알지 못하는 우리를, 4년간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을 전부 죄인취급하는 목사님은 잘못됐다"면서 "우린 범죄자가 아니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미디어펜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이 당내 다수 의원으로부터 거둬들인 '거취 위임장'을 직접 들어 보이면서 "지금 목사님이야말로 독선, 독재, 패권주의, 사당화를 하고있다"며, 의원들에게 위임장을 전달한 사무처 당직자들을 싸잡아 "자기들 자리를 보위하기 위해 목사님을 잘못 인도하고 있다"고 폄하했다.

또한 "목사님이 말씀한 대토론회는 정당 역사상 없던 일"이라며 "정당에서 국회의원과 지역 당협위원장은 같기(겸직할 수 있기) 때문에 (논의를) 같이 했지, 사무처까지 해서 대토론회를 하느냐"고 사무처가 당내 현안 논의에서 빠져야한다는 주장을 펴기까지 했다.

그동안 실세 그룹을 위시한 친박계가 일명 '최순실 태블릿PC' 등 근거 부족과 여론재판 논란이 일고 있는 탄핵 정국에서 패배주의로 일관했고, 비박계와 만성적인 당내 갈등과 탈당도 막지 못한 채 사무처 내부 불안과 불만을 증폭시킨 점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서 의원은 탄핵·촛불 정국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으로 최근에야 세(勢)가 확대된 '태극기 집회' 민심에 편승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많은 보수 집회를 하는 분들이 목사님이 비대위원장이 된 데에 걱정을 한다. (인 위원장은) 과거 사드 반대도 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폄하하고, 개성공단도 부활해야 한다고 했다"며 "정통 보수당을 어느 정체성으로 몰고가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목사님은 대선을 걱정하던데, 이 당에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한 보수는 새누리당에 오지 않는 걸 분명히 아셔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규모가 확대되기 전까지 친박계 중에서도 '강경 소신파' 김진태 의원만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서 의원은 뒤늦게 보수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태극기 민심'을 자신의 입지 보전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