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사법처리 검토…하만 등 신사업 리스크
손발 묶인 삼성,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커져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이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그룹 수뇌부의 집단 공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의 신사업 추진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 인수는 물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해외 언론에 삼성이 '부패 집단'으로 비춰지면서 대외신인도 하락도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의 멘붕을 바라보는 재계의 걱정도 크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이 흔들리면 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삼성 수뇌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 사법처리 등 극단적인 방법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조사를 받은 뒤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3일 오전까지 22시간 동안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밤샘조사 후 특검에서 곧바로 삼성 서초사옥으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은 회의를 주재하고 현안과 특검 수사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이 부회장을 포함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등의 사법처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삼성은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업무 공백을 절감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수뇌부가 잇달아 수사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어서다. 이미 그룹 관련 업무는 마비 상태로 정기인사는 물론 조직개편, 경영계획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정기인사를 못하면서 조직개편이 미뤄지고 있고, 사장단 인사 후 각 계열사와 사업부별 업무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백지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각 사업부별 전문 경영인이 있지만 그룹 전체의 조욜 등 이들이 못하는 부분을 그동안 컨트롤 타워에서 메워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인수합병(M&A)과 투자 결정 등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미래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과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사 비브랩스를 인수하는 등 역량 강화에 매진했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삼성전자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도체 시장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과 함께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기준 사상최고가인 194만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250만원까지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 전체가 흔들리면서 미래 성장 사업 추진에 경고음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이 인수를 발표한 일부 하만 주주들이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따르면 하만의 주주들은 지난 3일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최고경영자(CEO) 등 이사진이 삼성전자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들은 하만이 삼성전자와 협상하면서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기로 한 '추가제안금지'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인수 가격 또한 낮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표면적 이유 외에 최근 삼성의 사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 되면서 주주 여론이 악화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CNN,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이 부회장의 청문회, 검찰 출두 모습을 큼지막하게 다뤘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에 이어 이 부회장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삼성의 대외 신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하드락 호텔에 마련된 하만 전시장에서 JBL 사운드 바를 설치한 데모차량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일부에서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삼성 최고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움질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은 이 부회장이다. 최근 몇 년동안 해외를 누비며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았다. 그러나 출국금지를 당한 이 부회장은 현재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경쟁력 자체가 약해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상실할 경우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삼성의 경영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정치권과 사법당국의 대안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또 재계는 특검의 성과주의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정해진 시간 안에 가시적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특검이 프레임을 정해두고 끼워 맞추기식 수사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주요 대선 주자들과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식 공약 역시 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기업들은 미국의 트럼프 정권 출범을 앞두고 눈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냐”며 “정치권과 사정당국이 기업도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엄살이 아니라 정말 생존이 걸린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