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노사관계 평가와 2017년 전망…조선·철강 곳곳 암초 '험로'
   
▲ 이동응 경총 전무
2016년 노사관계는 시작부터 파탄으로 출발했다. 한국노총은 작년 1월 19일 노사정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하고 대정부 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노총도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 저지를 주장하며 릴레이파업을 전개하는 등 연중투쟁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편 정부·여당이 추진한 노동개혁 법안은 노동계와 야권의 반대로 19대 국회 처리가 무산됐으며, 20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국회, 노동계 반발, 그리고 최근 여당의 분열 등으로 사실상 통과가 힘든 상황이다. 노동계는 노동개혁을 최순실 사태와 엮어서 재벌들의 뇌물의 결과라는 억지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이라는 우리 사회의 과제를 노조의 기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
 
올해 노사관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상황은 기초체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정치·사회 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한 상반기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선은 노사관계의 정치의존성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부의 노동 정책과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고, 올해 노사관계를 전망해 본다.

   
▲ 2016년 노사관계는 시작부터 파탄으로 출발했다. 한국노총은 작년 1월 19일 노사정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하고 대정부 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노총도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 저지를 주장하며 릴레이파업을 전개하는 등 연중투쟁 분위기를 조성했다. /사진=연합뉴스

명암(明暗)이 엇갈린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지난해 정부는 노동개혁 법안의 국회통과를 지속 추진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권고, 임금·단체교섭 지도, 양대 지침 등을 활용해 노동개혁 정책의 현장 확산을 추진했다. 그 결과 총 300개의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를 확대·도입했으며, 단체협약 개선지도 대상 사업장 1500여개 중 535개 사업장이 채용세습과 같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을 개선했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구조조정은 연착륙하지 못하고 과제로 남았다. 노동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개입 등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특히 유례없는 불황으로 위기에 직면한 조선업종의 경우 노동계는 구조조정 반대를 주장하며 연대투쟁을 전개했고, 정치권은 사업장을 방문해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았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조선업종의 거점 지역인 울산의 실업률이 2.2%에서 3.9%로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재취업 지원 등을 조선업 구조조정 고용대책으로 제시했지만, 근본적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 체계적 직업훈련시스템 구축 등 우리 노동시장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고임금 사업장에서 두드러진 노사분규

지난해 산업현장 노사관계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노사분규건수는 소폭 증가했지만, 근로손실일수는 200만일을 기록하며 2000년대 들어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성과연봉제 반대를 위한 철도, 은행, 병원 등 공공부문노조 파업, 임금인상을 둘러싼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등 완성차노조 파업,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현대중공업노조 파업 등의 영향이 컸다. 또한 노동계는 연말 정국혼란을 활용해 정권퇴진 총파업을 진행하며 혼란을 부추겼다.

산업현장의 임금협약 타결도 예년에 비해 상당히 지연되었다. 임단협이 지연된 것은 임금과 단체협약을 동시에 논의하는 짝수해의 특성, 20대 총선 실시, 성과연봉제 확대·도입과 같은 임금체계 개편과 구조조정 등 다양한 이슈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임단협에서는 정년 60세 의무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 등과 맞물려 임금체계 개편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는 직무 및 성과와 무관하게 근속연수에 기반한 연공형 임금체계가 임금과 생산성과의 괴리, 보상의 공정성 저해 등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연공중심의 호봉제 도입 비율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에 임금협약을 체결한 100인 이상 3650개 사업장 중 12.4%, 454개 사업장이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했다. 특히 LG이노텍, SK하이닉스 등이 생산직의 호봉제를 축소·폐지하고 직무·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화하며 임금체계 개편을 선도했다.

한편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는 주요 완성차사의 잠정합의안 부결과 재교섭을 꼽을 수 있다. 주요 완성차사 노사는 오랜 논의 끝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현대자동차노조는 1차례, 르노삼성노조는 2차례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고 재교섭을 요구했다. 이러한 재교섭은 노사간 신뢰를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기대심리만 높여 교섭과 분규의 장기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 2017년 산업현장 곳곳에 불안요소가 많다. 조선, 철강, 화학 등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고용안정을 둘러싼 갈등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가 위기라는 '경고등'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노사관계는 불안한 경제·정치 상황으로 험로(險路) 예상

금년 들어 우리에게 안겨준 가장 암울한 통계는 드디어 백만실업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2017년 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도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사드 배치 반발에 따른 무역규제 등 대외 악재와 내수 부진 장기화,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 대내 불안요인이 겹치면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KDI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2017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2%대에 머무를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도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 1987년 개헌에도 대통령 직선제가 시발점이 됐으나, 실제로는 근로3권 확대, 최저임금제 도입 등 방대한 기본권 분야의 개정도 함께 이뤄진 것처럼 현재의 개헌 논의가 통치구조 변경을 넘어서 근로3권 확대, 노조의 경영참가, 대중소기업 이익 공유제, 경제민주화 강화 등의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임단협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노동계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개선 등 현(現)정부의 노동개혁 정책과 관련된 임단협 사항의 원상회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노동계는 대(對)정부·재벌 투쟁을 임단협과 연계한다는 계획이어서 임단협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현장도 곳곳에 불안요소가 많다. 조선, 철강, 화학 등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고용안정을 둘러싼 갈등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개별 기업 노사관계에 직접 개입하는 등 노사관계 외부화․정치화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도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노동계가 지난해 연말 제기한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관련 이사회 의결 무효확인 소송은 올해 노사관계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가 위기라는 '경고등'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청년들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주체들이 분열과 반목을 중단하고 경제회복을 위한 본연의 활동에 매진해야 한다. 올해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동응 경총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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