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근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등 고위층을 소환하면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SK,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도 긴장의 도가니에 빠졌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형사 사건 피의자로 특검에 소환되며 개인적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이 13일 오전 피의자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년합뉴스

특검팀은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 이어 지난 12일 이 부회장을 피의자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삼성이 최순실씨 측에 제공한 자금의 성격과 대가성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검은 그동안 조사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고, 삼성 측은 그 대가로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는 등 사실상의 거래가 이뤄진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했을 때 삼성이 승마협회 등을 통해 최순실씨 측을 지원하도록 박 대통령이 종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특검의 화살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등 다른 대기업 총수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삼성 외에 특검 수사 대상이 SK와 롯데로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특검팀은 향후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부회장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여러 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최순실씨가 좌지우지한 K스포츠재단에 추가 기부를 했거나 추가 출연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각각 111억원, 45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이 두 재단에 낸 돈은 204억원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5월 말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 시설 건립 사업에 7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던 그해 6월 10일 하루 전인 6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이 돈을 전액 돌려받았다.

SK그룹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 명목으로 80억원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줄여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결국 지원이 성사되지 않았다.

   

특검은 두 기업이 총수 사면, 면세점 인허가 등 그룹 차원의 해결을 목적으로 청와대와 최순실씨 측의 지원 요구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현재 특검이 총력을 기울이는 삼성그룹 수사 진전 상황에 따라 SK, 롯데 외에도 특검의 추가 수사 대상이 될 기업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요구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KD 코퍼레이션에 납품 특혜를 제공한 현대기아차와 최순실씨 측근 차은택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K컬쳐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CJ그룹이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 대통령과 삼성그룹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를 일단락하고 다음 주부터는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불안감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재계에서는 삼성, SK, 롯데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기업의 경영활동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고, 심지어 올해 상반기까지 장기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특검팀에 소환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창 청구 가능성이 열리면서 재계 관계자들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면 기업인들로서는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며, 크고 작은 사업전략 수립과 운영에 커다란 차질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보호무역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CEO들의 해외 비즈니스가 중요한 시기인데 주요 기업 총수들이 특검 수사에 발이 묶여 대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는 반응도 많다.

일각에서는 삼성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특검으로 조사하는 것은 경제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데, 기업들의 잘못은 엄중히 꾸짖어야겠지만 경영활동이라도 보장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