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비선실세 국정논단 혐의 등으로 구속된 최순실(61)씨와 조카 장시호(38)씨가 나란히 법정에 선 첫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엇갈린 주장을 했다.

이날 이들과 함께 법정에 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자신의 무죄 주장을 펼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장씨와 최씨, 김 전 차관의 첫 공판에서 최씨 측 변호인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도와달라고 (김 전 차관에게) 부탁했을 뿐 장씨와 공모해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씨 변호인은 "김 전 차관에게 운영에 관해 기업 후원을 알아봐 달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특정 기업을 지목하거나 의무에 없는 일을 행하게 하지는 않았다"며 "지난해 정관 변경으로 사무총장인 장씨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고 예산과 조직운영, 사업계획 수립 등에서 장씨가 전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최씨 자신은 조언하고 알아봐 달라고 말했을 뿐 기업에 강요하거나 직권남용 범죄에 가담·공모하지 않았으며 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이는 장씨라는 취지다.

이와 관련 최씨 변호인은 "장씨와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씨가 '은퇴한 선수들이 재능을 기부하고 동계스포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를 알려와 이에 공감한 최씨가 설립 과정에서 조언하고 도와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장시호씨 측은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 영재센터에 후원하게 했다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장씨가 인정한 혐의는 검찰이 "최씨가 김 전 차관을 통해 기업들을 압박해 영재센터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했고, 이 과정에서 장씨가 최씨의 지시를 받아 사업계획서를 급조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한 혐의다.

   
▲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나란히 법정에 선 17일 영재센터 후원금과 관련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엇갈린 주장을 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들의 공범으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이날 "특검은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의 일부로 보고 있다"며 "관련 증거들에 의하면 영재센터 후원금은 청와대와 삼성 수뇌부가 직접 소통해 지원된 것임이 드러났다"며 김 전 차관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 나란히 섰던 최씨와 장씨, 김 전 차관은 삼성그룹 프로스포츠단을 총괄하는 김재열 사장을 압박해 삼성전자가 영재센터에 16억 2800만 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들은 한국관광공사 자회사 GKL에 압력을 넣어 영재센터 후원금 2억원을 받아낸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제출한 증거 중 세 사람 모두가 동의한 증거 조사를 마쳤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2차 공판에서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과 이모 상무에 대한 증인신문을 한다.

최씨와 장씨측은 이날 형사재판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떠넘기기 책임공방을 벌였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는 양측의 '진실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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