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시중은행들이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대출의 높은 부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자산을 굴리길 원하는 개인고객들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이해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수익성 감소에 따라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보다 개인고객 대상 사업에 집중하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은행마다 자산관리(WM) 분야를 강조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 시중은행들이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디어펜


이와 같은 흐름은 각 금융사들의 조직개편 흐름을 봐도 알 수 있다. 작년 말 KB금융지주는 지주 산하에 자산관리 총괄부서를 신설했다. 새롭게 인수한 KB증권을 적극 활용해 은행-증권 간의 자산관리 협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KB자산관리플랫폼'을 구축해 자산관리 제안서를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제공하면서 안정적인 자산관리와 사후관리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개인고객부 산하 WM부문을 '부'로 승격시켰다. 퇴직연금부까지 합쳐 WM연금부로 개편한 것. 은퇴고객 등에 대한 자산관리 사업을 키워 연금사업과 WM사업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우리은행 또한 프라이빗뱅킹(PB) 사업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WM추진부'를 신설했으며, 올 상반기 중 온라인 자산관리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스크래핑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고객 성향별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도 자산관리 흐름에 뛰어들었다. 이미 씨티은행은 작년 12월 외국계 은행 최초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초고급 자산관리 전문센터를 개점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직접 개관식에서 "국내 대표적인 자산관리 전문지점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업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은행권이 자산관리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저금리 시대의 장기화와 관련이 있다. 낮은 금리가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으면서 고객들이 점점 은행에 자산관리까지 요구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 

과거의 경영전략이 '신상품 출시'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고객의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극소수 고액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됐던 WM부문이 점점 보편화되는 추세가 자리 잡고 있다.

단, 이와 같은 경향에 필수적인 로보어드바이저‧블록체인‧스크래핑 등 신기술에 대한 은행권의 이해수준은 아직까지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한 시중은행과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은행권이 그동안 펀드나 방카슈랑스에 집중돼 있었던 자산관리 서비스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로보어드바이저, 챗봇 등의 기술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패러다임을 아예 바꿔놓을 만한 자산관리 경향의 교체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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