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수뇌부 불확실성 여전…경영정상화는 아직
"큰비는 피했다" 재계, 총수 리스크 축소 긍정…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이 죽다 살아났다. 창사 후 최대 위기로까지 평가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피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넘긴 삼성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재판 가능성도 남아 있어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


삼성 관계자는 “만약 (이 부회장이) 구속 됐으면 그룹 전체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며 “최악의 수는 면했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힘든 상태다. 출국금지 조치로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챙기기기도 어렵다. 이 부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등 그룹 수뇌부에 대한 추가 수사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룹 총수의 공백은 피했으나 아직까지 정기인사와 조직개편 등 경영정상화를 거론하기 이르다는 것이 삼성의 입장이다. 삼성는 통상 12월 초에 하는 사장단 인사를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조직 개편과 사업계획 수립 등도 뒤로 밀리고 있다.

재계는 당분간 삼성이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수뇌부 신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이유다. 이 부회장 등의 적극적인 대외 활동이 어려운 가운데 삼성은 당분간 사장단 중심의 경영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재계는 이 부회장의 불구속 처분으로 삼성이 다소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성장사업과 해외 사업에서 출구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우선 삼성은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건 마무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9조원 이상은 쏟아 부은 하만은 최근 주주들이 반발하면서 M&A에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주주들을 설득하기는 어렵지만, 차선책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불확실성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이 당장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지만 일정부분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기 전까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했다.

아울러 재계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뒤 곧바로 삼성 서초사옥으로 출근한 이 부회장의 모습도 주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외 거래선과 투자자들에게 ‘삼성이 살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전 9시30분 쯤 특검에 출석한 뒤 이날 새벽 오전 5시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식사도 거의 못하고, 뜬눈으로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린 것으로 알렸다.

   
▲ 19일 삼성 서초사옥 주변 모습 /연합


한편,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조속이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수 공백 리스크가 줄어든 만큼,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올라가고 있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을 면하면서 그룹 컨트롤 타워의 기능회복과 조직개편, 투자, 사업계획 수립 등에 조금은 유리한 상황이 조성된 것 같다”며 “주변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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