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신한금융‧우리은행 등 금융권 수장 교체시기를 맞은 가운데 '낙하산'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 '능력주의'가 완벽하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단, 산은‧기은에 대한 공기업 지정 등 새로운 변수도 부상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신한금융 회장, 은행장 모두, KEB하나‧우리‧수출입은행 등의 CEO가 모두 교체된다. 통상 두 달 전에 후보를 정해야 하는 내규에 따라 각 금융사들은 후보를 고르고 있는 상태다. 

   
▲ 김도진 신임 기업은행장 /기업은행


일단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업계 예상대로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차기 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업계 1위' 상징성을 지키기 위한 세대교체 카드가 던져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정부 입김에서 이미 자유로운 상태라 '조용병 체제'로 무리 없이 이행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예측이다.

작년 12월말 취임한 김도진 기업은행장 사례의 경우 금융권의 달라진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보니 정부 입김에서 완벽하게 자유롭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준희‧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신임 김도진 신임 행장까지 3연속 내부 승진 사례를 지켜냈다. '관치금융'의 오명을 완벽하게 벗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경우도 내부 경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민영화 이후 첫 행장을 뽑는 이른바 '경선'에 많은 후보가 몰리면서 '흥행'을 이룬 것. 두 번의 심사를 거친 현재 상황에서도 3명의 후보가 서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역시 민영화를 계기로 '관'의 그림자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려는 용틀임을 시도하는 인상이다.

은행권 CEO 선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국이 급속도로 혼탁해지면서 오히려 '낙하산 인사'에 제동이 걸리는 나비효과가 일어났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정국을 이끌어가는 힘을 잃어버린 부분이 낙하산에도 영향을 줬다"면서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정부가 힘을 잃은 게 좋은 일만은 아니겠지만 금융권은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단, 정부와 금융권의 관계를 흔들 수 있는 새로운 변수가 나오기는 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관치금융 부활의 포석'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경영실적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이사회와 임원 임명 시에도 기재부의 심의‧의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부 입김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일단 기재부는 산은과 기은에 대한 공기업 지정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오는 3월까지 정부와 금융권의 미묘한 시소게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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