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공조 한일협력은 필수…새 소녀상 설치·위안부 합의 쟁점화 적절치 않아
   
▲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매봉통일연구소 소장
사면초가 한국외교, 해법은 무엇인가 - 한일관계

지난 1월 9일 일본의 주한대사와 부산총영사가 작년 연말에 진행된 부산 소녀상의 건립에 항의하여 일시 귀국하면서 한일관계가 다시 냉각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말 한일 간에 이루어진 <한일위안부합의>는 처음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아베총리가 분명한 사죄와 반성을 담은 전향적인 자세와 내용을 담았다. 당시 아베총리의 사죄는 위안부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1993년의 고노담화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표현 수준이다.

법적 책임과 강제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 책임과 일본군의 관여를 말함으로써 외교적 수준에서 표현할 수 있는 법적 책임과 강제성에 대한 완곡한 내용을 담았다. 외교적 현실을 고려했을 때, 당시 <한일위안부합의>는 한일 양국이 합의할 수 있는 최대치에 근접한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당시 합의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쳐 미해결된 위안부문제가 그 동안의 논의들 중 가장 발전한 내용으로 합의된 점도 평가해야 한다. 이 점은 당시 합의 직후 대만을 비롯해 위안부문제와 관련된 국가들이 일본에 대해 관련 협상을 요구한 것에서도 잘 드러났다. 따라서 위안부문제합위를 백지화시키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기존 합의내용에 비해 잃을 것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 최근 <한일위안부합의>를 훼손하는 망언들과 행동으로 인해 어렵게 이뤄진 위안부협상이 현재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다. 일본이 요구하는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문제는 위안부 합의문의 본질적인 내용이 아닌 별개의 사안이고 그리고 민간이 설치한 소녀상에 대해 한국 정부가 그 이전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부산의 일본 외교공관 앞에 그리고 독도에 굳이 새로운 소녀상을 설치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일본 정부의 대사 소환조치는 부산 소녀상 건립이 <한일위안부합의>에 비판적인 일본 내 비판을 새롭게 증폭시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저질렀던 위안부 범죄행위는 인류 보편의 인권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위안부문제에 대한 우리의 비판과 문제제기도 감정적 접근이 아닌 보편적 방법으로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호응을 더 이끌어 낼 수 있다. 특히 국내정국과 관련해 올 대선에서 위안부합의와 소녀상을 쟁점화해서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하여 해서는 안 된다.

   
▲ 북핵문제 및 한미일 대북공조체제 강화를 위해서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일본과의 협력은 중요하다./사진=연합뉴스


현재 세계는 물론이고 동북아 국제환경의 불확실성도 높아가는 현실에서 한일관계가 계속 냉각되고 상대적으로 미일동맹이 확대되면 한국은 동북아국제관계에서 소외될 수 있다. 특히 ‘탄핵사태’로 인한 리더십 공백 속에서 급속하게 변하는 동북아국제관계에서 한국 외교의 ‘위기,’ 혹은 ‘실종’이 피부로 느껴지는 최근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아베정부의 역사부정과 독도영토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하겠지만 일본과의 경제적·안보적 협력은 필요하며 민간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

북핵문제 및 한미일 대북공조체제 강화를 위해서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일본과의 협력은 중요하다. 따라서 역사문제와 외교안보에서 필요한 한일협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20일 공식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함에 있어서 오바마 행정부와 같이 일본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일본 또한 동북아에서의 자국의 군사역할 증대와 ‘보통국가화’를 위한 비용 부담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미일동맹체계는 트럼프행정부에서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은 물론이고 한일 양국은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아시아와 세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요 국가다. 양국이 과거에 메여서 발전적 미래로 나가지 못하면 그것은 한일 양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국제사회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매봉통일연구소 소장

   
▲ 동북아 국제환경의 불확실성도 높아가는 현실에서 한일관계가 계속 냉각되고 상대적으로 미일동맹이 확대되면 한국은 동북아국제관계에서 소외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4일 주최한 '사면초가(四面楚歌) 한국외교, 해법은 무엇인가 - 외교분야의 아젠다와 과제'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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